빗소리 닮은 '지글지글'…한잔 생각이 저절로
비가 내리면 괜스레 마음이 로맨틱해진다. 내리는 비를 감상하며 한껏 분위기를 잡고, 편한 사람과 왁자지껄 수다를 떨고 싶어진다. 이처럼 비는 감성적 코드를 유발한다. 비가 오는 날이면 유난히 주점이나 카페에 사람이 많이 몰리는데, 아마도 감성적인 기분을 즐기고 싶어서일 것이다.
◆비 오는 날, 막걸리에 파전
비가 내리는 날 그냥 집에 들어가려니 뭔가 허전하다. 음식이 당기기 때문이다. 비가 오면 생각나는 음식 중 하나는 막걸리와 파전. '비 오는 날, 막걸리에 파전'은 관용구가 되다시피 됐다. 노릇노릇하게 지져낸 파전과 함께 먹는 막걸리 한잔은 온 시름을 다 씻고 내려간다.
고소하고 두툼한 빈대떡은 지지는 소리부터 맛있다. 추적추적 궂은비 내리는 날, 들기름에 빈대떡을 부쳐 먹으면 궂은비도 단비로 느껴진다.
예전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먹는다고 '빈자(貧者)떡'이라고 불렀으나 요즘에는 귀한 손님을 대접하는 음식이라 하여 '빈대(賓待)떡'이 됐다고 한다. 팔팔 끓는 육수에 밀가루 반죽 뚝뚝 떼어 넣고 만든 쫀득한 수제비도 비 오는 날 생각나는 음식이다.
◆비가 내리는 날 매출은?
'비=부침개' 공식이 매출로도 입증됐다. 대형마트에 따르면 비가 내린 7월 둘째 주, 부침개 관련 재료 및 부재료 매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이 평소보다 15% 증가했으며, 매출은 20%가량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비 오는 날 잘 나가는 재료로는 부침가루와 밀가루, 짬뽕라면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부침개의 재료인 대파와 부추, 호박, 양파도 덩달아 매출 신장을 보였다. 이와 함께 막걸리 매출도 다른 주류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백화점 식품팀 정경섭 팀장은 "부침가루나 밀가루는 매출 상승폭이 크지 않은데, 매년 장마철에는 관련 제품 매출이 증가한다"고 말했다.
대구 수성교 옆 방천시장 입구에 있는 '청도 동곡막걸리' 주인 김혜춘 씨도 "비 오는 날에는 하루 매출이 50% 정도 증가한다"며 "비가 오면 찌짐 생각이 나는지 평소보다 많은 손님들이 찾아 부침개류를 많이 주문한다"고 했다.
◆비 오면 부침개가 생각나는 이유?
비가 오는 날엔 파전에 막걸리 외에도 따뜻한 국물을 찾게 된다. 신진대사가 활발하지 않아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음식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부침개에 들어 있는 파나 부추, 막걸리 역시 우리 몸의 혈액순환을 좋게 해서 몸을 따뜻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습도가 높으면 몸에서 기름진 것을 원한다는 주장도 있다. 비 오는 날 부침개가 유난히 맛있게 느껴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소리에 의한 연상작용이라는 주장도 있다.
파전을 부칠 때 기름에서 나는 지글지글한 소리가 빗소리와 비슷해 파전이 생각난다는 것. 부침개 소리가 무의식에 남아 있다가 비 오는 소리를 들으면 자기도 모르게 먹고 싶어진다는 것.
숭실대 배명진 교수는 "달아오른 프라이팬에 부침개 반죽을 넣었을 때 나는 소리는 비바람 소리와 비슷하고, 부침개 지지는 소리는 처마 끝에서 빗물이 떨어지는 소리와 흡사하다"며 "빗소리를 들으면 무의식 중에 부침개 부치는 소리가 연상돼 먹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