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대국민 사과…새누리 "안타까워", 민주 "말로만…"

입력 2012-07-25 10:45:04

이상득 김희중 비리 구속 이대통령 사과 반응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저축은행 비리와 관련 구속된 친형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등 친인척'측근 비리에 대해 "제 가까운 주변에서, 집안에서 불미스러운 일들이 일어나서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사과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예정에 없던 대국민 담화를 통해 "그동안 저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이를 지켜보면서 하루하루 고심을 거듭해왔다"며 "이러한 일들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협상에 따른 촛불시위와 관련해 두 번, 2009년 세종시 수정안 논란, 2010년 연평도 사태, 2011년 신공항 백지화에 이어 올 1월 신년국정연설을 통한 측근비리 사과 등 이번이 일곱 번째다. 측근 비리에 대한 대국민 사과는 이번이 두 번째인 셈이다.

지난해 9월 이 대통령 스스로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자평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친형과 측근들이 잇따라 저축은행 비리와 관련, 구속됨에 따라 이 정부의 도덕적 기반이 무너졌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청와대 핵심참모들도 발표 40분 전에 알았을 정도로 전격적으로 이뤄진데다 사과의 진정성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잇따르는 등 논란도 불러일으켰다. 애초 청와대 안팎에서는 친인척'측근 비리에 대한 이 대통령의 사과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 전 부의장이 기소되는 시점을 전후해서 사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았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참모들에게 사과 계획을 전격 통보했다. 사과담화문을 직접 작성했고 오후 2시 청와대 춘추관에 나와 4분여간 담화문을 직접 읽어내려가면서 두 번에 걸쳐 90도 가깝게 몸을 숙이는 모습도 보였다.

이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제 바로 가까이에서 이런 참으로 실망을 금치 못하는 일들이 일어났으니 생각할수록 억장이 무너져 내리고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다. 모두가 제 불찰이다. 어떤 질책도 달게 받아들이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개탄과 자책만 하고 있기에는 오늘 나라 안팎 상황이 너무 긴박하고 현안 과제가 너무 엄중하고 막중하다. 대통령으로서 책무를 잠시도 소홀히 할 수 없다"며 "오직 겸허한 마음가짐과 사이후이(死而後已'죽을 때까지 쉬지 않고 일하겠다는 뜻)의 각오로 더욱 성심을 다해 일하겠다"고 덧붙였다.

'논어'와 '삼국지'에 나오는 사이후이를 인용, 남은 임기 동안 경제를 챙기고 권력누수 차단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지만 이 대통령의 이런 의지가 통할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민주통합당은 "대통령의 사과는 너무 늦고 말로만 하는 사과에 그쳤다"며 "대선자금에 대한 자기고백, 사실상 청와대가 주도한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사과가 없어 실망"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은 "이 대통령도 우리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에서 예외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논평했다.

서명수기자diderot@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