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157년, 그들이 일본으로 떠나자 신라에서는 해와 달의 광채가 없어졌다."해와 달의 정기가 신라에 있었습니다. 그들이 일본으로 갔기 때문에 이런 괴변이 생겼습니다."
왕이 급히 사자를 보내 그들을 돌아오게 한다. 그러나 그들은 돌아오지 않고, 단지 빛을 되찾을 비단을 보낸다. 그 비단으로 정성스러운 제를 올리자 세상의 빛을 다시 찾았다. 해맞이 도시, 포항의 옛 지명 영일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그들은 누구인가. 동해안 바닷가에 살았던 연오랑세오녀 부부의 정체에 대한 학자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그들과 함께 빛이 사라졌으니 해와 달의 정령이다' '일본으로 가서 왕이 된 연오는 여기에서도 왕이거나 왕족이었을 것이다' '제철기술자, 혹은 소금제조자다''일본에도 이와 유사한 신화가 있는데, 남녀 주인공이 모두 신격화되었거나 신중의 신으로 모셔지기도 한다' 등등….
고도의 비유와 상징으로 역사적 사실과 진실을 감추기도 하는 옛이야기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삼국유사 집필자 일연의 의도를 기록 그대로 해석하면 어떨까?
삼국유사에서 남편 연오는 어부, 아내 세오는 베짜는 여염의 여성이다. 생업으로 바닷가에서 고기 낚고 해초 따는 남편. 당시 여성이라면 누구나 그러했듯 물레 짓고, 베짜서 옷 짓는 아내. 그들은 금슬좋은 부부, 필부필부였으며 그래서 행복했다.
기본적으로 사람은 소중한 존재다. 동서고금 다를 바 없이 국민은 국가에서 가장 소중하다. 백성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므로, 우리 백성이 까닭 모르게 표류해서 남의 나라로 갔다면, 왕은 당연히 그들의 송환을 위한 온갖 조치를 해야 할 터. 그들이 사라지자 해와 달의 빛이 더 이상 나지 않음은 글자 그대로 백성이야말로 가장 빛나고 귀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이야기의 연오랑세오녀는 백성이기에 빛 같은 존재, 빛나는 주인공이다.
빛의 도시, 포항에서 매년 여름 열리는 포항불빛축제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의 주제는 '이제는 빛이다'. 오늘의 포항이 있게 한 신화에서 백성 소중히 여기는 정신을 이어, 시민이 빛나는 주인공인 축제, 그리고 그들이 만드는 빛이야말로 진정한 빛 축제라는 함의의 주제다. 사람과 빛을 교집합하면 세 부류로 나뉜다고 한다. 스스로 빛이 되는 사람, 남을 빛나게 하는 사람, 남의 빛을 흐리게 하는 사람. 올 포항불빛축제(7월 27~8월 5일, 형산강체육공원'북부해수욕장)에서 스스로 빛나는 내가 되어 축제의 주인공이 되는 것, 어렵지 않다.
이정옥(포항시축제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