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용의 에세이산책] 수도(首都)와 지방의 차이

입력 2012-07-25 07:23:47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의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 수도권 대학과 지방 소재 대학과의 격차는 미미했다. 오히려 지방 명문대의 입학 성적이 수도권 대학의 일부 학과를 제외하곤 더 우월했다.

그러나 갈수록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의 격차가 심해지면서 지금은 지방대학에 입학한다면 마치 장래에 나라에서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초일류 상위권 진입과는 담을 쌓고 살아가야 할 사람처럼 취급되기 일쑤다. 그만큼 수도와 지방과의 격차가 심해졌다는 뜻이다.

대학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격차가 발생했다. 특히 문화예술 분야에서의 격차는 추월은 고사하고 대등한 관계의 수립이 아예 불가능한 상태에 도달한 느낌이다.

초등학교 시절, 지금처럼 매스컴이 발달되기 전이라 지역마다 방언(方言)이 심했다. 말소리만 들어도 어느 지방 사람인지 금방 눈치 챌 수 있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표준어 사용을 강요했지만 표준어는 수업시간에만 어색하게 사용했을 뿐 지역에서 정답게 사용하는 사투리가 아이들의 언어였다.

통일신라시대, 만약 그 당시 표준어가 제정되었다면 경주 중심의 방언이 표준어가 되었을 것이다. 정권이 고려로 넘어가면서 개성 중심의 방언이 그 자리를 차지하다가, 조선 건국 이후 표준어는 한글맞춤법통일안(1933)을 거치면서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서울 중심의 언어로 제정되었다. 아울러 수도로 서울이 정해지면서 이외의 지역은 모두가 촌(村)이며 지역 방언은 그 지역 '시골 사람'들이 사용하는 사투리이기에 공용어로서의 사용이 금지되었다.

20년이 지난 이야기다. 아직도 그 잔재가 남아 있지만, 서울대에 입학하는 학생이 있을 경우, 입학한 과는 불문에 부치고, 입학 학생의 수만 따져서 음성적으로 고교 간의 서열을 매기는 풍조가 심했다.

학생은 지방대 의과대학에 지원하려고 고집을 부렸다. 학교에서는 서울대 의대에 입학하기에는 성적이 부족하니 대신 다른 과를 지원하라고 성화를 부렸다. 학생의 적성과 장래를 고려치 않고 오직 학교 정문에 내걸 플래카드에만 신경을 곤두세운 학교와 담임교사에게 설득당한 학생은 서울대에 진학했다. 학교 정문에 내건 플래카드의 서울대학 진학자 숫자에 학생 1명이 추가되었다.

학생이 진학한 과를 밝힐 생각은 없다. 이후 그 학생이 어떻게 되었을까. 비록 적성이나 학습 흥미를 충족시키지 못해도 운명이라 생각하며 자신의 전공에 무젖기를 바랐지만, 기대에 어긋났다. 2학년 때 중퇴한 학생은 군역을 마친 후 복학을 포기하고 룸펜으로 지낸다는 소식을 들었다.

수도와 수도권이 한국처럼 거대한 나라가 있을까. 원래 수도란 정치행정의 중심도시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처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이 집중되어 한 나라를 뒤흔들라는 곳이 아니다. 언제쯤 하늘과 땅만큼 벌어진 수도와 지방과의 격차가 해소될 수 있을 것인지.

소설가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