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의 로마로" 정복자 티무르 아낌없는 투자
◆"사마르칸트",..
'사마르칸트'라는 도시이름에는 묘한 울림이 있어 여운이 남는다. '푸른 도시', '동방의 진주'등 많은 별칭을 가진 이곳은 어느 시대에서도 실크로드의 중심도시로써 발전해 왔다.
몽골군의 공격으로 도시는 폐허화 됐으나 다시 복원시킨 것은 정복자 티무르였다. '칭기스칸은 파괴하고 티무르는 건설한다'라는 말처럼 그는 손에 넣은 영토로부터 모아들인 우수한 예술가와 건축가들의 힘을 동원해 사마르칸트를 제국의 도시로 조성했다. 이 장대한 건축물들은 6백여 년이 경과한 지금도 그 찬란한 자태로 여행객들의 눈길을 끈다. '사마르칸트 블루'라고도 불리는 아름다운 청색의 돔이 푸른 하늘색과 어울린 오묘한 색상의 조화 때문일까.
◆'푸른 도시'''동방의 진주'별칭…실크로드 중심도시
이 지역에 대한 존재가 처음으로 알려진 것은 기원전 4세기,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원정군이 도달했을 때의 일이다. 왕은 "이야기를 듣던 대로 아름답다. 아니, 그 이상으로 아름답다"라고 잘라 말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마라칸다'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교통의 요충지로 발전해 왔다. 중국에서는 수'당 시대에 걸쳐 강국(康國)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했었다. 실크로드를 경유하여 중국에서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향할 때 천산남로나 천산북로 어느 길을 통해도 사마르칸트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수많은 대상들이 모이고 물류의 중심지로 발전한 사마르칸트는 일찍부터 국제적인 문화교차로의 역할을 했다. 그 번영을 담당한 자들은 소그드인이었다. 상술과 공예기술에 능했던 그들은 다양한 왕조의 지배를 받으면서도 수세기 동안 계속해서 사마르칸트를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1220년 몽골군의 공격은 핵폭탄처럼 모든 것을 파괴했다. 도시인구의 4분의 3이 죽음을 당하는 괴멸적인 피해를 입었다. 5년에 걸친 몽골군의 침략으로 중앙아시아는 철저하게 파괴되었는데 특히 사마르칸트와 부하라의 피해는 더욱 심했다. 아프라시압 언덕에 있던 주거지는 여지없이 파괴되었고 오늘날까지 황무지로 남아있어 당시의 참혹함을 짐작케 한다. 칭기스칸이 영토만을 넓혔다면, 티무르는 정복지에 반드시 새 문화를 건설했다. 그러나 그들 영웅의 공통점은 역시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는 잔혹함이었다.
◆거대 원형 돔'모스크'메드레세 '당대 건축 전시장'
티무르는 영토를 정복하면 언제나 유능한 기술자와 건축가들은 살려서 자신의 수도 사마르칸트을 치장하기 위해 보냈다. 엄청난 양의 약탈품도 실어냈다. 때로는 90마리의 생포된 코끼리들이 사마르칸트의 모스크를 건립하기 위해 채석장에서 돌을 운반하는 데 사용되었다고 한다. 대량학살도 자행돼 잘린 목으로 이루어진 피라미드들이 도시 곳곳에 세워졌다. 풍운아 티무르는 사마르칸트를 동방의 로마로 키우고자 하였다. 잔인한 그가 무슨 연유로 아름다운 건축물 건립에 그토록 집착했을까. 이 사연 많은 지역을 여행하면서 인간 티무르에 대한 접근을 좀 더 시도해봐야 할 것 같다.
도시의 주요 건물인 모스크(이슬람교 사원)와 메드레세(이슬람 교육기관)들이 대부분 푸른색 벽돌로 장식이 되어 있기 때문에 사마르칸트를 '푸른도시'라 부른다. 그 까닭은 티무르가 유독 푸른색을 좋아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티무르는 잔인한 정복자였으나 페르시아 문화를 바탕으로 중앙아시아의 르네상스를 일으켰다. 사마르칸트에는 거대한 원형 돔과 정밀하게 장식된 대형 모스크와 메드레세, 바자르 등이 건립돼 당대 건축의 전시장이 되었다.
◆구시가지 골목길 걸으면 삶속에 밀착된 이슬람 문화
특히 이들 건물의 벽면은 현란한 색상의 타일들이 모자이크로 장식되었다. 푸른 색상을 띤 아라베스크'문양은 기하학적 디자인으로 이슬람을 대표하는 양식이 되고 있다. 이 역사도시는 현재 인구 약 38만 명으로 우즈베키스탄 제2의 도시로 성장했다. 기계, 화학, 면화 등의 공업이 발달해 있고 국제적인 바자르를 통한 물류산업도 번성하고 있다.
유적지들이 가까이 모여 있는 사마르칸트를 둘러보려면 걸어서 다니는 것도 좋을 것이다. 구시가지의 골목길을 걸어보며 삶속에 밀착된 이슬람의 문화를 느껴보는 것도 필요하다. 티무르의 무덤인 구르 아미르, 비비아눔 모스크, 후대에 건립된 레기스탄 광장의 대형 메드레세들은 지금도 찬란하다. 그러나 아직 뒤떨어진 국민소득으로 서민들의 삶은 팍팍해 보인다. 푸른색 둥근 지붕을 가진 수도원의 대형건물이 뒷골목의 허름한 주택들과 대조를 이룬다.
200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사마르칸트는 앞으로도 티무르 건축의 영광을 증언하는 21세기 실크로드의 중심지로 존재할 것이다.
글·사진: 박순국(전 매일신문 편집위원) sijen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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