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정 회원님 관람권 받으시고, 공연 시간 늦지 않게 입장해 주세요."
"예,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좋은 행사 있으면 꼭 연락주세요."
"다음 주엔 클래식 음악공연인데 그때도 신청하세요."
"그 공연은 친정엄마랑 함께 갈까 봐요. 감사합니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 한창이던 7월 초 대덕문화전당 드림홀 입구에서 분주하게 입장권을 주고받던 분들이 나누던 대화였다. 언뜻 듣기에 예매처를 통해 구입한 입장권을 확인하는 모습 같지만, 실은 대구예총의 예술소비운동본부(이하 '예소본')를 통해 관람 신청한 공연 초대권을 받고 입장하는 회원들의 모습이다.
2010년 제9대 대구예총이 출범하면서 문무학 회장이 주창했던 예술소비운동은 이제껏 예술과 문화가 예술가들의 전유물인 것처럼 인식되어 오던 시각에서 벗어나, 예술소비가 곧 새로운 예술을 생산하는 계기가 되며 예술과 문화가 일상처럼 느끼는 소비문화를 우리들 스스로가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민간주도형 문화운동이다.
클래식에서부터 연극, 영화, 국악 등 다양한 공연을 함께 즐기는가 하면 각종 미술 전시회와 작가 스튜디오 탐방을 통해 예술을 이해하고 소비하는 방법을 모색해 보는 회원들의 이러한 활동은 문화의 유희성을 넘어 진지함마저 느끼게 해 준다. 예술가 스스로가 타 장르의 예술을 소비하고, 예술과 문화 발전에 선도적 역할을 해보자는 예소본의 노력은 이제 1천400여 명을 넘어선 회원 수로도 성공 여부를 쉽게 가늠해 볼 수 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소비 없이 새로움을 생산해 내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건전하고 활발한 예술의 소비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도 한다.
그 한 예가 14~16세기 피렌체공화국에서 가장 유력하고 영향력이 높았던 시민가문 메디치가의 업적을 꼽을 수 있다. 평범한 중산층 집안에서 출발해 유럽 최고의 부호가 되었으며, 르네상스 예술의 최대 후원자였던 메디치 가문은 미켈란젤로를 집안의 양자로 받아들여 세계 최고의 예술가로 길러내는가 하면 종합예술의 꽃으로 부르는 오페라를 메디치 가문의 궁정에서 탄생시킴으로써 화려한 르네상스 문화의 최고조를 피렌체 시민들과 함께 나누었던 집안이었다. 그리고 14세기부터 메디치 가문의 조상들이 수집했던 위대한 예술품 전부를 피렌체 시민들에게 기증해 진정한 예술의 후원과 소비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이다. 금융업을 통해 얻은 부를 예술 후원과 소비에 투자함으로써 르네상스 예술의 보고인 피렌체를 만들었고 오늘날 전 세계인들이 이러한 예술을 즐기기 위해 이탈리아로 향하고 있다. 이러한 메디치 가문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몇 백 년 뒤 후손들에게 무엇으로 21세기를 기억하게 해 줄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져본다.
김태곤<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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