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읍천리 주상절리
바다 위에 우뚝 솟은 오각형 또는 육각형 모양의 거대한 돌기둥들이 이색적인 풍광을 연출하는 대포주상절리(제주 서귀포시 중문동). 자연이 빚어낸 걸작을 보기 위해 해마다 수백만 명의 관광객들이 다녀가는 관광명소다. 흔히 주상절리(뜨거운 용암이 차가운 바닷물을 만나 급격하게 식는 과정에서 갈라진 틈이 생기며 형성되는 기둥 모양의 암석)하면 제주도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경주에도 제주도 못지 않은 주상절리 명소가 있다. 바로 경주시 양남면 읍천리다. 지난달 문화재청은 읍천리 주상절리를 국가지정 천연기념물로 지정'예고했다. 읍천리 주상절리가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연 상태의 주상절리 박물관
제주도 주상절리는 크기가 30~40m에 이를 만큼 장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이에 비해 읍천리 주상절리는 크기가 작아 규모면에서는 제주도에 비할 바가 못된다. 하지만 제주도 주상절리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다. 수직 형태 일변도인 제주도 주상절리와 달리 읍천리 주상절리는 수직뿐 아니라 부채꼴 주상절리, 누워 있는 주상절리, 비스듬히 솟아 있는 주상절리 등 다채로운 모양의 주상절리가 군집을 이루고 있다. 주상절리의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다양한 형태의 주상절리를 한 곳에서 관찰할 수 있어 눈이 즐거울 뿐 아니라 학술적 가치도 높아 이번에 천연기념물로 지정'예고된 것이다.
이처럼 희소 가치를 지닌 읍천리 주상절리가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군 작전지역(해안경계근무) 안에 있어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년 전 일반인들에게 공개되면서 그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경주시는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지난달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을 개통했다. 읍천항에서 하서항까지 이어지는 1.7㎞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은 주상절리 명소를 연결한 트레킹 코스로 경사가 완만해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경주시는 11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산책로와 출렁다리'포토존'쉼터 등을 조성했다. 특히 투광기(스포트라이트)를 설치해 야간에도 빼어난 풍광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경주시는 주상절리 테마파크를 조성하기 위해 군과 부지 사용을 협의하고 있다. 경주시는 주상절리 테마파크가 완공되면 연간 199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관광에 따른 경제 유발효과도 연 3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 '파도소리길'따라 주상절리 감상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의 출발 지점은 읍천항이다. 팔을 뻗으면 품에 속 안길 듯 아담해 더욱 정감이 가는 읍천항에 들어서면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을 알리는 커다란 표지판이 관광객들을 손짓한다. 연인처럼 마주보고 서 있는 하얀 등대와 빨간 등대를 뒤로 하고 쉼터 한쪽에 조성된 나무 데크에 올라서면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이 열린다.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은 이름 그대로 파도소리를 들으며 걷는 길이다. 해변 따라 길이 조성되어 있어 부서지는 파도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린다. 아름드리 해송이 바다를 향해 굽어 있는 오솔길을 지나 출렁다리를 건너면 부채꼴 주상절리와 위로 솟은 주상절리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갈림길에서 해안초소가 있는 쪽으로 140m 내려가면 부채를 펼쳐 놓은 듯한 형상을 하고 있는 부채꼴 주상절리가 나온다. 바다 위에 떠 있는 한송이 국화를 닮아 '동해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부채꼴 주상절리는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것으로 읍천리 주상절리를 대표하는 명물이다.
여인의 주름진 치마폭 같은 부채꼴 주상절리를 감상한 뒤 길을 돌아 나와 700여m 가면 수직 모양의 위로 솟은 주상절리와 누워 있는 주상절리가 잇따라 모습을 드러낸다. 장작을 쌓아 놓은 듯 가지런히 누워 있는 주상절리는 뜨거운 용암이 지각의 약한 틈을 따라 지상으로 올라오다 급격하게 식거나 갈라진 틈을 따라 흐르다가 식을 때 형성된다. 마치 자를 대고 자른 듯 모양이 일정해 이를 빚어낸 자연의 솜씨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기울어진 주상절리는 '주상절리 파도소리길' 끝자락에 있다. 꼿꼿하게 등을 세운 것도, 바닥에 펼쳐져 있는 것도 아니고 비스듬한 각도를 이루고 있는 모양새가 묘한 느낌을 준다.
읍천리 해안가에는 주상절리가 널려 있다. 앞에서 언급한 주상절리 뿐 아니라 이름 모를 주상절리가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이 모두 주상절리여서 주상절리의 보고라 할 만하다. 푸른 동해를 바라보며 갖가지 모양의 주상절리를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는 이채로운 여행지가 바로 읍천리다.
[Tip] 읍천항은 그림이 있는 어촌마을로 유명하다. 읍천항 벽화를 둘러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마을 담벼락을 화려하게 수 놓은 벽화는 공모전 당선작들이다. 용궁을 형상화 한 그림부터 읍천리의 이야기를 담은 벽화까지 다양하다.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이 한국 사랑을 표현한 작품도 눈에 띈다.
읍천항 주변에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을 걷느라 허기진 배를 달래기 좋은 보리밥집이 있다. 읍천항을 나와 대구 방면으로 길을 잡으면 이내 길 건너 보리밥집을 알리는 안내판이 나타난다. 보리밥과 해물칼국수 등을 판매하는데 음식이 정갈하고 맛이 좋다. 주 메뉴인 보리밥(1인분 6천원)을 시키면 커다란 그릇에 보리밥과 쌀밥이 반반씩 얹혀져 나온다. 비벼 먹을 수 있도록 각종 나물과 된장찌개가 함께 나오고 가자미 구이를 비롯해 열무 물김치'계란말이'콩자반'고추된장박이 등 10여 가지 반찬도 곁들여진다. 대구에서 읍천항으로 가려면 경부고속도로 경주 IC~울산'불국사 방면~양남'입실리 방면~입실삼거리에서 양남 방면~감포 방면으로 길을 잡으면 된다.
글'사진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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