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학입시에서 수시모집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비중이 대폭 줄어든 정시모집은 수시모집에서 탈락한 학생들에게 추가로 주어지는 기회로 여겨야 할 정도가 됐다. 지원 횟수까지 6회로 제한되는 2013학년도 수시모집에선 자신에게 맞는 정보를 찾아내 지원 전략을 세우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 하지만 다양한 전형의 홍수 속에서 그 전략을 제대로 짜기는 쉽지 않은 일. 구체적인 사례에 따른 지원 전략을 참고하면 지원 대학 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사)지식플러스 교육연구소의 자문을 받아 사례별 지원 전략을 알아봤다.
◆상위권 학생들의 지원 전략
▷인문계열인 A학생은 학생부 평균 등급이 2.25, 6월 모의고사 등급이 언어 1(97%), 수리 2(90%), 외국어 1(97%), 사회탐구 2개 영역 각각 3(85%), 4(84%)로 나왔다. 비교과 영역 기재사항은 학급회장 1회, 공인 어학성적인 TEPS 743점, 봉사활동 70시간 정도다. 논술 공부는 열심히 하지 않았지만 독서를 많이 했다. A학생은 연세대와 성균관대 국문과를 지원하고 싶어 한다.
-지원 전략: 서울 주요 대학은 정시모집에서 수능 4개 영역을 모두 반영한다. 연세대, 성균관대 경우 적어도 백분위로 97% 정도는 돼야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시모집에서 합격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 서울시립대 수시모집 일반전형(논술중심 전형)에서 우선선발 수능 최저학력기준 통과가 가능한 상황이다. 우선선발 전형의 실질 경쟁률은 상위권 학과 경우 5대1~10대1, 중위권 학과는 3대1~5대1, 하위권 학과는 1대1~2대1 정도. 남은 기간 동안 수능과 논술을 동시에 대비하면서 자신의 논술 실력에 따라 학과를 결정하는 것이 관건이다.
▷자연계열 B학생 경우 학생부 평균 등급은 2.60. 6월 모의고사에선 언어 3(79%), 수리 1(98%), 외국어 1(97%), 과학탐구 2개 영역 각각 1(97%), 3(82%)등급이 나왔다. 비교과 영역으로는 교내 교과 우수상(수학) 2회, 교내 수학경시대회 우수상 1회, 수학 관련 클럽활동 1회, 봉사활동 70시간 등을 갖췄다. 논술 준비는 따로 하지 않았으나 수학'과학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 등에 진학할 꿈을 품고 있다.
-지원 전략: 논술전형에서 우선선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2개 영역 1등급(수리영역 포함)인 대학에 지원하는 게 유리하다. 고려대 경우 논술전형 우선선발 쪽을 노려보자. 서강대 수시 2차 일반전형 경우 우선선발 기준이 수리, 과학탐구영역 등급 합이 3 이내여서 통과 가능하다. 또 한양대 수시 2차 일반우수자전형의 우선선발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수리, 과학탐구, 외국어영역 등급 합이 4 이내이기 때문에 합격 가능성이 높다.
◆중위권 학생들의 지원 전략
▷인문계열 C학생의 학생부 평균 등급은 3.63. 6월 모의고사 성적은 언어 2(94%), 수리 4(65%), 외국어 5(56%), 사회탐구 2개 영역 각각 2(92%), 2(90%)등급이었다. 비교과 영역 기록은 학급회장 2회, 고교리더십캠프 참가, 봉사활동 120시간, 교내 논술 경시대회 우수상 등이다. 논술은 1학년 때부터 방과후 수업으로 꾸준히 준비해왔다. C학생은 서울 지역 대학 경영학부 입학사정관전형에 지원할 생각이다.
-지원 전략: 입학사정관전형은 교과와 비교과를 종합해 판단한다. 경희대 네오르네상스전형(리더십 인재) 경우 합격자의 평균 내신이 2등급 후반인 데다 C학생의 비교과 영역 기록으로는 합격하기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논술전형 가운데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2개 영역 2등급인 대학이 유리할 수 있다. 건국대 수시 1차 논술우수자전형, 홍익대 수시 1차 학업우수자전형, 경희대 수시 2차 일반전형 등이 그것이다. 인문계열 논술전형은 언어와 사회탐구영역의 통합교과형 논술. C학생은 두 영역이 나머지 영역에 비해 우수하고, 1학년 때부터 꾸준히 논술을 준비했기 때문에 우선선발 전형이 없는 홍익대와 우선선발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없는 경희대에 지원하는 게 좋을 것이다.
▷인문계열 D학생의 학생부 평균 등급은 4.95다. 6월 모의고사에선 언어 4(69%), 수리 4(73%), 외국어 5(54%), 사회탐구 2개 영역 각각 5(49%), 6(38%)등급을 기록했다. 비교과 영역은 봉사활동 45시간. 수도권 4년제 대학 진학이 C학생의 목표다.
-지원 전략: 모의고사 성적이 4개 영역 평균 5등급, 평균 백분위가 53.17%다. 정시모집에서 3개 영역을 반영한다 해도 수도권 대학은 지원하기 어렵다. 논술이나 면접 전형에 지원하려 해도 학생부 성적과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성검사 전형은 지원자 대부분이 내신 3~5등급이고, 내신 산출 방식도 4.0~4.99등급은 동일한 점수를 부여하는 경우가 많아 4.95등급인 D학생에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적성검사 전형 중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없는 대학에 지원한다면 합격 가능성이 있다.
▷자연계열 E학생의 학생부 평균 등급은 4.25. 6월 모의고사에서 언어 4(71%), 수리 3(81%), 외국어 4(75%), 과학탐구 2개 영역 각각 3(82%), 3(84%)등급을 받았다. 비교과 영역은 교내 과학포스터대회 동상, 과학논술대회 장려상, 생물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90시간 등이다. 논술은 2학년 때부터 학교 방과후 특강 수업과 학원 수업을 병행해 준비했다. 모의고사에서 언어와 외국어 등급이 좋지 않아 수시전형으로 진학하기를 원한다.
-지원 전략: 서울 중위권 대학의 논술 중심 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으로 2개 영역 3등급을 요구하는 건국대 논술우수자(일반선발) 전형과 동국대 논술우수자(우선'일반선발) 전형에 지원 가능하다. 모의고사에서 수학과 과학이 각각 3등급이어서 수능과 논술 대비를 위해 수리와 과학 위주의 학습 전략을 택할 필요가 있다. 경북대 AAT전형 경우 자연계 대부분 학과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2개 영역 3등급이기 때문에 함께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신 대비 모의고사 성적이 낮은 경우 지원 전략
자연계열 F학생의 학생부 평균 등급은 1.22. 6월 모의고사에서 언어 4(72%), 수리 3(79%), 외국어 2(92%), 과학탐구 2개 영역 각각 2(91%), 3(84%)등급이 나왔다. 비교과 영역 기록은 교내 교과 우수상(과학, 영어) 2회 수상, 교내 수학경시대회 장려상 수상 1회, 응급처치 및 심폐소생술 경연대회 최우수상, 화학실험 동아리 활동, 봉사활동 125시간 등. 논술 준비는 따로 하지 않았으나 교내외 논술경시대회 참가 경험이 있다. 서울 상위권 대학 진학을 희망한다.
-지원 전략: 서울 상위권 대학 학생부 중심 전형 가운데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2개 영역 2등급인 대학을 염두에 둘 수 있으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남은 기간 동안 다른 영역보다 외국어, 과학탐구영역을 각각 2등급으로 만드는 데 집중하면서 한양대 학업우수자전형과 중앙대 수시통합 학생부형, 경희대 교과우수자전형 등 학생부 중심 전형에 지원하는 게 합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모의고사 성적이 좋지 않아 수시모집 때 반드시 합격한다는 생각으로 6회 지원 기회를 모두 활용해야 한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