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일곱 빛깔 고운 무지개들

입력 2012-07-24 07:4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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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말 발령장을 들고 물어물어 찾아간 학교는 들판 한가운데 앙증맞은 2층으로 나지막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전교생 50명에 여섯 학급이 전부인 유가초등학교. 비슬산이 아스라하게 보이고 넓은 운동장에는 아이들이 흙장난을 하며 뛰어노는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내가 맡은 반은 남학생 4명, 여학생 3명, 달랑 7명이었다. 학급 구성원이 적으면 한마음으로 똘똘 뭉치기가 쉽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오산이다. 적으면 적은 대로 나름대로 문제와 고충이 있다. 아이들마다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고, 사춘기에 접어들어 예민하다 보니 6학년들의 사소한 다툼은 감정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아 친구들에게 오해를 받는 아이, 자기 고집이 강하고 토라지면 쉽게 풀리지 않는 아이, 기분이 나쁘면 말을 톡 쏘는 아이 등 각자의 색깔이 강해 조화를 이루기가 쉽지 않다. 아이들 서로 간의 갈등은 이해심이 부족해서 생기고, 아이와 교사 간의 갈등은 눈높이가 맞지 않아서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초등학교 마지막 학년의 아름다운 추억을 공유하고픈 생각에 우리 집에 1박 2일 손님으로 학생들을 초대했다. 아이들 반응은 어떨까 고민됐는데 다행히도 아이들은 정말 좋아했고 학부모님들께서도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7명 중 1명만 집안 사정으로 불참하고 6명의 아이들이 우리 집을 방문했다.

첫날인 토요일은 신나게 봉봉(트램펄린)도 타고 영화를 보면서 하하호호 웃음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요리 솜씨는 없지만 아이들 앞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선생님이 아닌 주부가 돼 정성 들여 만든 떡볶이와 찜닭 요리를 선보였다. 맛있게 먹어 주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말 사랑스러웠다. 저녁에는 우리 학교 오케스트라 지도를 해 주시는 방과후 강사 선생님의 연주회에 참석했다. 멋지게 지휘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며 방과후 지도하실 때 더 열심히 배워야겠다고 다짐하는 아이들 모습이 예뻤다.

다음날엔 놀이동산인 이월드에 가서 자유이용권을 손목에 차고 신나게 환호성을 지르며 놀이기구를 탔다.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놀면서 서로의 마음을 더 잘 보듬어주고 안아주며 우정이 돈독해지기를 바라는 나의 속셈을 알아차렸는지 아이들 간의 우정이 더 깊어진 듯한 느낌이 들어 흐뭇했다. 신나게 놀이기구를 타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내내 나의 마음도 동심으로 돌아가 즐거웠다.

1박 2일의 짧은 초대로 인해 아이들과 나와의 마음 거리도 더 가까워졌다. 멀리서 출퇴근하느라 힘들다는 넋두리를 이해해줘 고마웠고, 진심으로 아이들을 사랑하는 내 마음을 믿어줘 예뻤다. 그날 이후 방과후활동으로 오케스트라부 연습을 할 때 하기 싫다고 짜증을 부리던 아이들의 태도가 점점 적극적으로 바뀌게 됐다. 무엇보다도 친구들 간의 우정이 더 돈독해져 학급 분위기가 밝아지고 아이들 얼굴이 환해졌다. 나도 덩달아 웃음이 늘었다.

아이들은 교사 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을 떠올려 보며 각기 다른 개성을 지녔지만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일곱 빛깔 고운 무지개가 되도록 담임으로서 열과 성을 다하겠다는 나의 다짐을 다시 한 번 더 되뇌어 본다.

유가초교 교사 최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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