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간보기식 정치' 정책·이슈대결 다 죽인다

입력 2012-07-23 10:34:06

여야 일제히 비난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SBS 예능프로그램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에 출연한 모습.

"이번 대통령선거는 지난 대선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한 정치권 인사의 진단이다. 23일부터 여야의 18대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관심은 온통 안철수 서울대 교수에게 쏠려 있는 정치권 분위기를 빗대 한 말이다.

실제 안 교수는 대선 정국의 초반전을 뒤흔들고 있다. 19일 펴낸 정치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은 첫날 초판 4만 부가 매진됐고 22일까지 추가 8만 부가 출고됐을 정도로 열풍이다. 또 23일엔 SBS 예능프로그램인 '힐링캠프' 방송을 앞두고 안 교수가 어떤 말을 할지가 주관심사로 떠오르는 형편이다.

이에 대해 한 정치인은 "안철수 교수처럼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대선 주자'가 이렇게 여론의 중심에 서 있었던 적이 있었나"라며, "여야에서 출마를 선언한 대선 경선 후보들의 정책 대결은 물론 정치 이슈 등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채 출마 선언도 안 한 안 교수의 일거수일투족에 몰입돼 있는 현 대선 정국은 한참 잘못된 모양새"라고 했다.

여야도 안 교수의 '신비주의식 정치'를 두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 캠프의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은 22일 기자들과 만나 "지금 민주통합당이 대선 경선을 한다고 하는데, 사실상 안철수 교수 무임승차 준비행사"라고 날을 세웠다. 홍 위원장은 "(경선이 그렇게 진행되면) 손학규 후보 같은 사람은 '우리는 뭐냐' 이렇게 생각할 것"이라면서 "손 후보나 김두관 후보가 (경선에서) 모욕을 당하면서 탈락하면 그 지지자들이 우리한테 올 것"이라고도 했다.

조윤선 박근혜 경선 캠프 대변인도 이날 안 교수의 '힐링캠프' 출연을 두고 "대선 후보나 정치인이 방송에 출연하게 되면, 방송은 기본적으로 여야의 형평을 맞춰야 한다"고 언급하는 등 '안철수 때리기'에 가세했다.

야권도 안 교수의 등장에 "(안 교수가 밝힌) 정책이 민주당과 거의 비슷해 공조하기 쉽다. 바람직하고 반가운 일"이라며 겉으론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속내는 다소 복잡하다. 대선 후보 경선 레이스에 돌입했지만 국민과 언론, 정치권의 모든 시선이 당내 대선 주자가 아니라 안 교수에게 쏠리고 있는 탓이다.

민주당의 김두관 후보는 21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아래에서부터' 출판기념회에서 안 교수를 겨냥해 "정치권 출신은 안 되고 정치권 밖에 있는 사람만 믿을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하고 잘못된 것"이라며, "정당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는 또 "안철수 현상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잘못 가도 한참 잘못 간다는 것을 느꼈다"며 "이것은 정상적인 정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손학규 후보도 22일 "본인이 직접 입장을 밝히지 않고 책을 통한 것은 아쉽다"고 입장을 밝혔다.

당내 한 관계자는 "당내 경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당내 후보들이 '컨벤션 효과'(대형 정치이벤트 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효과)를 누려야 하는데 안 교수 움직임 때문에 그렇지 못하다"며 "같은 야권 후보라는 인식 때문에 안 교수의 행보에 관심이 쏠릴수록 당내 후보에게 향할 시선이 분산되는 마이너스 요소가 많다"고 우려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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