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특별 처방전] 와인으로 건강챙기기

입력 2012-07-23 07:56:52

여름의 절정기를 향해 가고 있는 지금, 공식처럼 하필이면 주말마다 내리는 비 때문에 괜히 기분이 축축 처지곤 했다. 그러다가 지난 주말에는 비 때문에 쳐져 있을 게 아니라 오히려 시원한 빗줄기 소리와 함께 작은 피서를 즐겨보자는 마음에서 방콕(방에 콕 틀어박혀 나오지 아니함) 주말 계획을 단단히 준비했다. 집에 있는 시간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읽을 책 몇 권, 비 오는 날에 어울리는 음식과 와인까지 준비하고 나니 소풍가는 것처럼 마음이 설레기까지 했다.

와인을 준비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하루 1, 2잔이 심장질환 예방에 좋다는 건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밖에도 와인의 다양한 장점을 알게 된 이후로 술을 곁들일 자리가 있으면 와인을 준비하는 습관 아닌 습관이 생겼다.

와인에는 폴리페놀성분이 10가지 이상 들어있어 강력한 활성산소 억제작용을 한다. 적당량을 마시면 피부 재생과 노화 억제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특히 레드 와인에 있는 레스베라트롤은 뇌기능도 활성화시켜 머리도 좋게 해 준단다.

개인적으로도 요즘 건망증과 피부노화 때문에 걱정되던 차에 와인을 마실 명분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어주는 거 같아 감사한 마음마저 들었다. 미국 터프츠대 연구진이 60세 이상 갱년기 여성을 대상으로 술 섭취가 골밀도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한 결과, 술 중에서도 와인이나 증류주를 하루 2잔 이상 마신 갱년기 여성은 엉덩이뼈와 척추 골밀도가 현저히 높은 것으로 관찰됐다고 한다. 비 오는 날 실내에서 뼈 건강에 도움이 되는 와인을 마실 생각을 하니 어찌 설레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와인 또한 술의 한 종류이기 때문에 맘 놓고 과음을 할 경우에는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한다. 적정량의 와인은 건강에 좋다는 보고가 다방면으로 발표되고 있지만, 과음은 삼가하고, 자신의 건강을 체크하면서 적정한 정도를 마실 경우에만 약술이 될 수 있다.

토요일 당연히 창밖을 두드리고 있을 빗소리를 들으려고 귀를 쫑긋 세웠는데, 빗소리는 커녕 오히려 날씨가 쨍쨍한 게 아닌가! 괜히 비에게 바람이라도 맞은 양 마음이 일렁거려서 책을 읽어도 자꾸 눈은 창밖으로 향하면서 집중이 안됐다.

비록 비는 안 내리지만, 미리 준비한 김치전과 와인을 마시며 기분을 달래봐야지 하면서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후두둑' 하는 빗소리가 들린다. 예전 같았으면 비가 내리면 괜히 기분마저 축 쳐지곤 하였던 내게 이제는 반가운 마음으로 빗소리를 기다리며 맞이할 수 있는 여유를 선물해 준 지난 주말, 하루의 휴가는 참 값진 경험이었다.

이희경 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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