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한여름밤 귀신들이 섬뜩 출몰…소름 돋는 찜통 대구

입력 2012-07-21 08:00:00

호러축제·드라마·영화…공포체험의 계절

'호러(horror'공포물)로 더위를 날린다'

찜통같은 더위에는 시원함보다 오싹함이 땀을 더 식혀준다. 귀신을 보면 육체가 알아서 온도를 낮춘다. 더위보다는 무서움이 더 앞서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름이면 각종 호러를 소재로한 영화가 상영되고 호러 공연 및 축제들이 곳곳에서 열린다.

대구는 특히 무더위의 대명사가 된 도시이기에 한여름이면 자연스레 호러 축제를 떠올리게 된다. 대구시나 각종 단체에서는 매년 호러 축제로 시민들의 더위를 식혀준다. 물론 재미와 흥미도 동시에 준다. 단순히 무섭기만 하면, 별로 의미가 없다.

호러 축제도 진화를 거듭해 이젠 실제 귀신을 능가할 정도로 무시무시하다. 특수분장 기술의 발달로 마치 실물을 보는 것처럼 박진감 있으며, 세계 각국의 대표 귀신들이 분장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귀신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모여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한다.

대구의 호러 축제를 기다리기 힘들다면 이월드(구 우방랜드) '고스트 하우스'를 들러도 좋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더위는 싹 가시고, 오로지 귀신 생각 때문에 온몸에 냉기가 흐르게 된다. 시대가 지날수록 보다 강렬해지고, 사실감을 더해주는 호러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대구시 호러 축제, 올해도 무시무시

대구시는 다음달 3~5일 도심의 더위를 식혀줄 호러 축제를 연다. 제9회 대구호러공연예술제는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일대에서 열린다. 3일 동안 9개의 메인공연과 함께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폭염도시=대구'라는 도시 이미지를 역발상으로 활용하여 호러 테마의 차별화한 공연으로 무더위에 지친 시민들에게 재미와 오싹함을 동시에 주고 있다. 매년 열리는 호러 축제는 공연 비수기인 여름철의 대표적인 예술제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지역은 물론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메인공연인 귀신들이 단체로 등장하는 '마스크'를 시작으로 호러 음악회, 호러 뮤지컬, 호러 매직, 호러 댄스 페스티벌, 호러 서바이벌, 호러 난장, 호러 영화보기 등으로 구성된다. 이뿐 아니라 유령의 집, 포토존 '흉가! 찍으면 산다', 타로카드, 귀신분장, 마술, 귀신을 이겨라, 데드마스크 전시 등 시민 참여형 부대행사도 함께 열린다.

대구시 문화예술과 김동환 담당자는 "대구라는 도시가 더운 곳으로 유명한 만큼 호러 축제가 잘 어울린다"며 "호러공연예술제조직위원회 주관, 대구시'대구예총 후원으로 해마다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해 한여름의 더위를 날리는데 성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 뿐만 아니라 지역의 많은 단체들도 호러 축제에 동참하고 있다. 대구미용학원과 수203뷰티아카데미는 동성로 한복판에서 무시무시한 특수 분장을 한 귀신들을 대거 등장시켜 시민들에게 무서움을 선사하기도 했다. 특수분장을 잘 하기로 소문한 수203뷰티아카데미는 호러 축제의 반응이 좋아 또 한 번 이 행사를 마련할 계획을 갖고 있다.

수203뷰티아카데미 김나희 대리는 "특수분장 기술을 총동원해 꾸민 귀신들은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봐도 무서울 정도로 정교한 편"이라며 "대구시민의 무더위를 날려주기 위해서 올해 또는 내년에 또 한 번 호러 축제를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여름도 호러가 대세

최근 개막한 제1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19~29일)도 한여름에 개막하는 만큼 호러를 주제로 하고 있다. 무섭고, 기괴하고, 톡톡 튀는 기발한 영화들이 총집합했다. 개막작은 다섯 명의 감독이 엮어가는 옴니버스 형식의 호러 영화 '무서운 이야기'다. 최근 호응이 다소 떨어진 한국 호러 영화가 되살아나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주최 측이 선정한 작품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많은 47개국의 영화 230여 편이 소개된다. 4명의 감독이 뭉쳐 만든 B급 코믹호러 옴니버스 영화 '칠레라마'와 마을 사람들에게 쫓기는 소년범들의 끔찍한 생존싸움을 그린 '인브레드' 등이 열대야를 한방에 날려주고 있다.

호러물은 게임에서도 등장하고 있다. CJ E&M 넷마블은 역할수행 게임(RPG) '좀비 온라인:리버스'를 내놓았다. 끊임없이 몰려드는 좀비와의 사투를 배경으로 연속 콤보 스킬을 이용한 액션게임이다. 넷마블 김현익 본부장은 "게임을 하면서 무더위를 날릴 수 있도록 화면이 파격적이고 사실감 있는 무서운 좀비들이 대거 등장한다"고 말했다.

SBS 예능 프로그램 '놀라운 대회 스타킹'은 납량특집을 마련했다. 이 프로그램은 호러 마술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무더위를 날리는데 도움을 줬다. 드라마 '유령'의 마술사 역할로 열연을 펼쳤던 이준형이 특별히 출연해 신비한 마술을 보였으며, 게스트로 참여한 2012 미스코리아 진'선'미들이 마술에 참여해 기이한 현상들을 몸소 체험했다.

이준형 마술사는 귀신을 불러들이는 방법으로 '분신사바'를 이용했다. 미스코리아 진 김유미와 미 김유진이 동참, 눈앞에서 영혼이 찾아드는 현상을 체험하고 혼이 쏙 빠졌다. 이 밖에도 직접 만든 찰흙인형이 스스로 움직이는 등 소름끼치는 현상들도 펼쳐졌다.

◆극장가도 공포물 속속 등장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극장가에도 공포 영화들이 속속 개봉되고 있다. 올여름 화제작으로 주목 받는 웰메이드 공포괴담인 '무서운 이야기', 의문에 의문을 더해가는 '두 개의 달', 아역배우 김새론이 등장하는 '이웃사람' 등이 충무로의 대표적인 공포 영화로 스크린 전쟁을 벌이고 있다.

아역배우들의 호러 배우 도전도 오싹함을 선사한다. 흥행작 '도가니'에서 청각장애아 김연두 역을 맡아 실감나는 연기로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아역배우 김현수는 '무서운 이야기'로 리틀 호러퀸에 도전하고 있다. 김현수가 열연한 '무서운 이야기'의 '해와 달' 편은 늦은 밤, 엄마가 없는 집에서 벌어지는 괴기한 사건을 담은 내용이다. 안전한 공간이었던 집이 가장 위협적인 곳으로 바뀌는 이이야기를 담고 있다. 2007년 '기담'으로 충무로 최강의 호러 감독으로 등극한 정범식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남매가 느끼는 두려움과 공포를 두드러지게 표현해 국내 호러팬들의 주목받고 있다.

영화 '아저씨'로 아역 배우의 입지를 굳힌 김새론 역시 공포 영화 '이웃사람'에서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연쇄 살인범에게 살해당한 소녀역과 그 윗집에 사는 소녀역을 맡았다. 1인 2역으로 180도 다른 캐릭터를 선보이며 오싹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레이브 인카운터', '엑소시즈머스' 등도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저주받은 인터넷 괴담 '미확인 동영상'은 흥미로운 소재와 영상으로 공포 영화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엑소시즈머스'는 스페인판 공포 영화로 우리에게 익숙한 '엑소시스트'의 새로운 버전이라 할 수 있다. 호러 영화 팬들에게 색다른 밀실 공포를 선사한 '알.이.씨' 제작진의 차기작이라는 이유로 주목받고 있다. 큰 마음 먹고 영화관을 찾아 호러 영화 한 편으로 더위를 날려보자. 단, 심신이 허약한 사람이나 임신부, 심장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주의해야 하겠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제공=대구호러공연예술제, 수203뷰티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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