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이병률 지음/달 펴냄
여행은 누군가의 또 다른 일상으로 걸어 들어가는 일이다. 잠시 들뜬 상태에서 며칠 간 호텔에 짐을 풀었다가 다시 짐을 싸는 휴가가 아니라, 길고 낮은 여행일 경우 그렇다. 누군가의 일상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맞는 낯선 일상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 여행이다.
여행지에서 보고 들은 감성 충만한 글을 펴냈던 저자의 책 '끌림'은 오랫동안 여행 서적 분야에서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켰다. 그도 그럴 것이, 7년 전 당시만 해도 그런 종류의 여행 책은 거의 없었다. 여행지에 관한 정보만 빡빡하게 나열된 정보책자에 불과하던 여행서적에 감성을 불어 입힌 그였다. 그의 두 번째 여행 산문집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먹고 버린 라면 봉지에 콩을 심어 싹을 틔운 인도 불가촉천민들, 비용이 너무 많이 나왔다며 오히려 절반만 받겠다는 루마니아 택시 기사, 비행기가 좋아서 일주일에 두세 번씩 프랑크푸르트 공항으로 가 떠나거나 돌아오는 사람들을 만나는 할아버지, 아버지 혼자 다녀온 홍콩을 그대로 여행하는 아들 등 그가 만난 사람들은 낮고, 따스하다.
'칠레에서 서른 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달려야 했다. 밤하늘의 별을 세며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밤하늘의 푸름을 싫증날 정도로 노려보고 있자니 어느 순간 이마가 시큰해질 정도의 슬픔이 찾아왔다. 아름다움은 슬픔을 부른다. 나는 무엇 때문에 가고 있는가. 복잡한 여러 생각으로 더 울컥해지는데 뒷자리에서 낮고 두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처럼 멋진 밤이야.' 그는 뒷자리에 앉아있던 할아버지로부터 와인을 얻어 마시고 푸른 밤하늘에 대고 건배를 했다. 이처럼 그의 글은 여행지의 감성이 충만하다. 지구 반대편에서 느낀 시인의 마음이 독자에게 울림을 주는 건, 우리의 일상과도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300쪽, 1만3천800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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