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황소/ 션 케니프 지음/ 최재천'이선아 옮김/ 살림 펴냄
'동물과 인간이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은 없을까'. 오직 황소 '에트르'의 시선으로 담담히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이 책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 인간을 포함한 이 땅의 모든 생명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할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결코 드넓은 풀밭에서 소 떼가 한가로이 거니는 아름다운 농장 풍경을 그린 목가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눈물을 흘릴 수 없는 슬픈 눈동자를 가진 황소 에트르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고웰 농장에서 벌어진 잔인하고 끔찍한 이야기이다.
에트르는 아무런 생각 없이 풀을 뜯고 싸우며 몰이를 당하는 다른 소와 달리, 이 농장 안에서 유일하게 '생각하는 존재'다. 에트르는 엄마와 다른 소들이 한 번 들어가고 난 뒤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던 자작나무 건물이 저 넓은 세상으로 가는 탈출구라고 굳게 믿는다. 그러나 정작 그곳에 도착한 에트르는 끔찍한 악몽과도 같은 진실을 목격하고 만다. 자작나무 건물은 소들의 무덤이자 제단일 뿐이었다. 에트르가 사랑한 유일한 암소는 그곳에서 도살자의 날카로운 칼 아래 형체도 알 수 없이 해체되고 만다. 에트르는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여기서 나가야 한다. 이 거대한 울타리에서 한시바삐 탈출해야 한다. 이제 에트르는 잔인한 현실이 쉽게 허락하지 않을 희망을 꿈꾼다. 그러나 에트르가 부르는 희망의 노래는 너무나 무력해서 우리의 귀에, 다른 소들의 귀에 잘 들리지 않는다.
세상의 현실은 이 책의 주인공 에트르나 우리에게나 녹록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고개를 들고 희망을 꿈꿔야 한다. 이 책은 에트르의 입을 빌려 '자신이 한 번 느낀 감정을 무시하며 사는 것은 옳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179쪽, 1만2천원.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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