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배우다" 무대 점령한 아줌마들

입력 2012-07-20 07:46:18

일반인들 참여 '예술 대중화' 프로그램 열풍

18일 공연한
18일 공연한 '수다는 문화다' 주인공들의 리허설 장면.

18일 오후 7시 30분 수성아트피아 무학홀. 무대에 아줌마들이 대거 등장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전문 배우가 아닌 일반인들인데도 전문 배우 못지않은 능청스런 연기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수다는 문화다'라는 제목의 이날 공연은 전업주부로 사는 4명의 엄마가 남편과 자식에게 맺힌 응어리를 풀기 위해 주부 파업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때로는 춤과 노래, 유머를 곁들이며 50분 간의 공연을 끝마치고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최근 대구의 공공 공연장 사이에 '나도 배우다 프로젝트' 열풍이 불고 있다. 공연장에서 전문 배우가 아닌 일반인들을 훈련시켜 무대에서 직접 연기를 펼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각광받고 있는 것. 이를 통해 참가자들은 평소 몰랐던 예술의 여러 가지 측면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한편 공연장은 예술의 대중화와 장기적인 팬 확보 등 다양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수성아트피아는 '수다는 문화다'라는 제목의 발표회를 위해 지난 4월부터 준비해왔다. 수성구에 사는 학부모들이 과도한 학구열로 오히려 문화적으로 소외돼 있다는 판단에 따라 학부모와 문화를 함께 해보자는 취지로 공연 준비를 시작한 것. 인근 학교 학부모를 중심으로 참가자들을 모집해 매주 한 차례 집중 연기연습을 해왔다. 공연 3주 전부터는 연습을 위해 일주일에 세 차례씩 모였다고 한다.

이와 별도로 수성아트피아는 청소년 공연도 준비하고 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장드라마를 뮤지컬로 만드는 '상상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5명을 모집해 8월 말 발표회를 목표로 매주 한 차례 모여 연기 연습이 이뤄지는 것. 송경은(14'범물중 2학년) 양은 " '천국과 지옥'이라는 대본을 가지고 맹연습 중이다. 연기 지도를 받고 있지만 극 중 캐릭터 성격을 직접 만들어내기 때문에 재미있다. 무엇보다 무대에 선다는 게 기대된다"고 말했다.

봉산문화회관에서도 2010년부터 매년 초등학생을 모집해 '얼음공주-투란도트'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지난 1월 모집을 통해 4개월가량의 연습 기간을 거쳐 5월에 스페이스라온에서 발표회를 성황리에 가진 바 있다. 공연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뮤지컬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체험하고 단순한 호기심에서 벗어나 실제로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돼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봉산문화회관 공연기획담당 김아미 씨는 "처음에 창의적 체험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어린이들을 공연에 참여시킨다는 취지로 기획했는데 뜻밖에 반응이 좋아 매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진행하는 연극학교도 올해로 13회째를 맞을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은 매년 연기를 배우고 싶은 청소년들과 시민들을 모집해 연극의 기본기와 연출, 무대장치, 분장에 관해 알려주고 실기 지도를 통해 참가자들이 직접 무대에 오르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에서 '도시녀의 칠거지악'이라는 발표회를 하는 등 매년 결과물을 공연하고 있는 것이다.

수성아트피아 최현묵 관장은 "공연장이 공연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을 적극 참여시켜 예술을 서비스한다는 공공 기능도 수행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이런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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