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덥다고요? 사바나 초원은 선선해요!

입력 2012-07-18 07:10:49

'동물의 왕국' 케냐 마사이마라 국립공원

케냐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임팔라 무리.
케냐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임팔라 무리.
하늘 높이 껑충껑충 뛰며 환영의 춤을 추고 있는 붉은 전사 마사이족.
하늘 높이 껑충껑충 뛰며 환영의 춤을 추고 있는 붉은 전사 마사이족.

어릴 적 '동물의 왕국'을 통해 가장 친숙했던 톰슨 가젤이 깡충깡충 뛰어다닌다. 집채만 한 코끼리가 몸을 움직이고, 짝짓기 시기를 맞아 끊임없이 꼬리를 흔드는 암사자의 유혹(?)에도 고개 한 번 쳐들 뿐 꿈쩍도 않는 수사자도 눈에 들어온다. 소 한 마리를 잡아 식사를 마친 사자의 흔적 주위로 하이애나들이 입맛을 다시며 슬금슬금 모여들고, 타조는 너른 평원을 그 긴 다리로 휘청휘청 뛰어다닌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봤던 초원의 사파리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 드넓은 평원. 가도 가도 끝없는 지평선이 지겨워 깜빡 정신을 놓을 때쯤 마치 보물찾기 놀이라도 하는 것처럼 동물들이 한 무리씩 나타난다. 여기는 아프리카다.

◆서늘한 케냐의 여름

'아프리카의 여름' 하면 흔히들 이글거리는 태양과 숨이 막힐 듯한 더위, 그리고 비 오듯 흘러내리는 땀을 상상한다. 하지만 국토 대부분이 고지대인 케냐에서 통하지 않는 잘못된 선입견이다. 수도 나이로비는 해발 1,700m.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높은 케냐 산(해발 5,199m)이 있고, 최고봉인 킬리만자로 산도 국경에 접해 있다. 연중 무더운 해안가인 몸바사 지역만 피한다면 땀 한 방울 안 흘리고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케냐의 여름이다. 그래서 여름이라고 반팔옷만 가져갔다가는 여행 내내 오돌오돌 떨기 십상이다. 특히 문을 열고 바람을 맞으며 사파리 투어를 해야 하기 때문에 든든한 바람막이 점퍼 하나는 필수다.

나이로비 공항에 내리자마자 차를 타고 가장 크고 보존이 잘 돼 있다는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으로 향한다. 마사이마라는 넓이 1천500㎢ 로 서울 면적의 2배다. 이웃 나라인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국립공원과 국경선으로 갈라져 있지만 사실상 하나로 연결된 세계 최대의 자연생태계가 바로 이곳이다.

나이로비 시내를 벗어나자 곧장 황량한 초원이 펼쳐진다. 군데군데 짙은 녹색 숲이 오아시스처럼 형성돼 있고 우산을 닮은 '엄브렐러 나무'(아카시아)들이 흩어져 있을 뿐이다. 차량이 질주하는 도로 옆인데도 아랑곳하지 않는 원숭이 몇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아, 정말 아프리카에 온 건가' 하는 환호도 잠시, 마사이마라 가는 길은 고난의 길이었다. 7시간에 걸친 이동. 그중 절반은 덜컹대는 비포장도로였다. 더구나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내리면서 진흙탕길은 그야말로 미끄럼틀처럼 미끄러졌다.

◆동물의 왕국, 마사이마라

마사이족이 눈에 띄고 누런 초원이 끝없이 펼쳐지면서부터 노래를 불렀다. "어흥~" 사파리까지 왔으면 '동물의 왕'이라는 사자 한 마리쯤은 보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가도 가도 보이는 것은 소떼들과 마사이족 목동들뿐. 고작 본 것이 얼룩말의 탄력 있는 엉덩이였다.

하지만 이튿날 아침 본격적으로 사파리 투어가 시작되자 동물들은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촉촉한 아침이슬을 밟고 다니는 톰슨 가젤에서부터 임팔라'버팔로'코끼리'사자가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많은 사람들이 아프리카만 가면 바로 TV에서나 보던 '동물의 왕국'을 맨눈으로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만 사파리 투어는 인내심이 있어야 한다. 동물원이 아니라 거대한 초원이다 보니 언제 어디서 동물과 마주칠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아프리카 사파리의 '빅5'라 불리는 사자'표범'코끼리'코뿔소'물소를 보려면 운도 따라줘야 한다.

사파리 관광에 가장 좋은 계절은 7~10월이다. 이맘때쯤 이뤄지는 동물들의 대이동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누 130만 마리, 얼룩말 20만 마리, 톰슨가젤 3만6천 마리, 일런드(소과의 영양) 1만2천 마리에다 임팔라'버펄로'그랜트가젤'기린'혹멧돼지'워터벅'코끼리 등이 가세해 모두 200만 마리의 초식동물들이 풀을 따라 이동한다.

◆붉은 전사 마사이족

마사이마라는 그 이름처럼 마사이족이 살던 곳이다. 마사이족은 남녀 모두 키가 큰데, 케냐에 있는 42개의 아프리카 부족 중 가장 용맹한 부족으로 알려져 있다.

마사이족을 구분하는 것은 쉽다. 붉은색 담요 같은 것을 걸치고, 부족의 표시로 두 귀에 구멍을 뚫어 귀고리를 했으며, 하얀 접시 같은 둥근 목걸이와 구슬 장식 등을 걸쳤다. 평원 곳곳에 마사이족 부락이 형성돼 있었다. 하지만 유목할 공간이 부족해지면서 상당수 마사이족 사람들이 도시로 진출하거나 농업이나 반농반유목의 정착생활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전사의 후예'였던 일부 마사이족들은 이제 관광객을 상대로 전통문화를 보여주고 기념품을 팔고 있었다. 1인당 20달러씩을 지불해야 사진을 찍는 것이 허용됐고, 입장료가 지불됨과 동시에 전통춤이 시작됐다. 남자들은 껑충껑충 하늘 높이 뛰었는데 이것은 용맹을 과시하면서 하늘과 가까워지려는 염원과, 남성미를 과시해 여자를 유혹하기 위한 몸짓이라고 했다. 여성들은 무릎만 살짝 구부린 채 춤과 노래를 불렀다. 이들은 이렇게 돈을 벌어 학교를 짓고, 병원치료를 받는다고 했다.

사바나 초원의 끝자락과 하늘이 만나는 땅, 마사이마라. 사파리 풍경은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배경이 됐던 1930년대와 별다를 바 없지만, 사람들의 삶은 시간이 흐를수록 팍팍해지고 있나 보다.

##Tip

지난달 21일부터 대한항공이 케냐 나이로비에 직항편을 개설하면서 13시간 만에 아프리카 땅으로 날아갈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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