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획일적인 지방행정체제 개편 곤란

입력 2012-07-18 07:29:03

대통령 직속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이하 위원회)에서 지방자치단체의 통폐합안을 제시하였는바, 그 안에 따르면 대구 중구와 남구는 우선통합 대상지역이다.

재정자립도가 10% 정도에 머무는 곳이 많고, 자체 세입으로 공무원 인건비조차 충당할 수 없는 자치단체가 있음을 감안할 때, 지방행정체제의 개편은 행정의 효율성 측면에서 볼 때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인구 수(15만 명 이하)나 면적(42.5㎢)만을 획일적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은 행정 편의에만 치중하는 것으로 현실에 맞지 않는다.

뿌리 깊은 애향심이나 생활권에 대한 자부심은 어떻게 하나. 교통과 인터넷의 발달이 주민 깊숙이 심어져 있는 동질성을 쉽게 분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통폐합은 지역 간의 갈등만을 유발하는 결과를 낳고 말 것이다.

특히 대구 중구는 1601년(조선 선조 34년), 지방행정 8도제하에 경상도 전역을 관할하기 위해 경상감영이 설치된 곳으로, 400년이 넘게 대구의 전통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곳이다. 또한 재정자립도가 35%를 넘을 뿐 아니라 교통, 환경, 도시관리 분야에서 그 어느 자치단체보다 행정 수요가 많은 대구의 중심지역이다.

따라서 대구 중구와 남구의 통합은 지역 특성과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탁자에서 선 긋기 통합'에 지나지 않으며, 통합으로 중구가 사라지는 것은 대구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으므로 부적절하다.

통폐합보다는 차라리 달서구나 북구와 같은 방대한 자치구의 일부를 통폐합 대상 자치구에 편입하는 방법으로 경계 조정을 함으로써 중구를 대구의 중심구로 존속시키는 행정구역 개편이 바람직하다.

한편 위원회는 지난 4월 또 다른 개편안을 의결했다. '6개 광역시 구의회 폐지와 광역시 구청장의 임명제'를 골자로 하는 내용이다. 이 방안은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에 정면으로 위배되고 지방자치제도의 안착이라는 역사적 사명에도 위반되는 반민주적 행정체제를 낳을 것이다. 이는 또한 주민 자율 의사에 의한 '지역 밀착 일꾼' 선택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등 지방자치의 기본 정신을 도외시한 안이다.

이런 개편안이 추진될 경우, 주민 생활과 국가의 존립에 불안감만 조성되고 말 것은 자명한 이치다. 위원회는 지방자치의 미숙함이 기초자치단체나 지방의회의 무능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또 광역단체와 중앙정부에 세원과 결정권이 집중되어 있는 현 행정체제의 모순 때문임을 직시해야 한다.

설동길/대구중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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