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 납품비리사건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고리와 월성 영광 등에서 근무하던 원전 직원 22명이 구속됐다. 비리 총액이 22억원이니 1인당 꼭 1억원씩인 셈이다. 또 다른 원전에서도 이런저런 좋지 않은 소문이 떠돌고 있으니 그야말로 국가 기간산업인 한수원이 핵폭풍을 맞고 있다.
국민들이 느끼는 배신감은 상당하다. 한수원은 그동안 국민들이 원전에 대한 불신을 가질 때마다 한국 원전은 안전하며 투명하게 운용되고 있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부품 하나하나가 국민의 안전과 생명으로 이어지는데 그 대가로 금품을 받아 제 배를 불렸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질책이 쏟아지자 한수원은 반성과 경영쇄신안을 잇따라 마련했다. 모든 간부 직원은 부패 근절 차원에서 '청렴 사직서'를 제출한 뒤 비리가 적발될 경우 즉시 해임한다고 했다. 월성원자력본부는 지난주 '비리 척결 및 안전운영 다짐대회'를 열었다.
그러나 다짐대회도 좋고 사과도 좋지만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 첫째는 투명한 정보 공개다. 최근 월성본부는 월성 1호기 수명 연장에 사활을 기울이고 있다. 한수원은 수명 연장을 위한 핵심 부품인 압력관 교체를 하면서 3천200억원이 든다고 했다. 그러나 비공식적으로 7천억원에서 1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수천억원을 들여 압력관을 교체하면서도 수명 연장이 아니라고 우기다가 어느 순간 수명 연장을 당연시해 버렸다. 모두 투명하지 않은 대목이다.
두 번째는 수평화된 직급이 문제다. 한수원 내의 직급은 본부 전체를 총괄하는 본부장과 본부 내 발전소장과 건설소장 등이 1직급갑 동일직급이다. 한 본부에 '우두머리'들이 수두룩하다는 얘기다. 달리 말하면 머리는 많은데,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감사기능도 본부장 직속으로 되어 있다. 동일직급에 대해선 감사 활동이 형식적일 수밖에 없다. 책임질 사람이 없고 감사기능도 부실하니 비리가 반복되고 있다.
월성원전은 2003년에도 비리가 발생한 사실이 있다. 신월성 1, 2호기 용지 보상 담당이던 김모 과장이 주민들의 토지보상금 23억원을 가로채 외국으로 달아났다. 한수원은 그가 23억원을 편취할 때까지 단 한 번의 감사도 벌이지 않았고 달아난 뒤에야 그 사실을 알았을 정도로 무관심했다. 물론 이 문제로 책임을 진 간부도 없었다. 형편없는 감사기능으로 비리가 발생해도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제라도 한수원이 진정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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