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등산…입시에 지친 아이들 '집중력 UP'

입력 2012-07-17 07:32:45

자율형 공립고 변신 '칠성고'…공동체 의식 키우는 이색 교육

11일 칠성고 2학년 학생들은 공동체 의식을 키우기 위해 궂은 날씨에도 팔공산 등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11일 칠성고 2학년 학생들은 공동체 의식을 키우기 위해 궂은 날씨에도 팔공산 등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대구시민을 붙잡고 '칠성고등학교를 아시나요'라고 물으면 '모른다'는 대답이 대부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칠성고는 개교한 지 4년째인 신설 일반계 남자고등학교인 데다 학교 규모도 작고, 시민운동장과 아파트단지에 가려 대로변에서는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2년부터 자율형 공립고로 운영 중인 칠성고는 특색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 발전 가능성이 큰 학교이다. 칠성고는 공동체 의식을 유난히 강조하는 곳이다. 매주 월요일마다 태권도를 배우는 것도 공동체 의식을 키우기 위한 활동이다. 도복을 입고 푸른 잔디가 깔린 운동장에서 절도 있게 정권지르기를 하는 모습은 장관이다. 졸업생들도 학교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꼽을 정도다.

올해 새로 부임하신 오영국 교장 선생님이 태권도를 더욱 강조하면서 대구에서 이름난 태권도 사범들을 모셔와 학생 수준별로 팀을 나눠 태권도를 배우고 있는 중이다. 물론 태권도 활동이 힘들다고 투덜거리는 학생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학생들은 "태권도를 통하여 인내심과 극기심을 키울 수 있어 좋다" "다른 학교에서는 잘 하지 않는 특별한 활동이어서 자랑스럽다"고 한다.

이달 11일에는 공동체 의식 배양을 위한 또 다른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1학년 학생 전원은 비슬산, 2학년 학생들은 모두 팔공산 등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날 아침부터 비가 엄청 내렸다. 대부분 등반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정대로 산에 올랐다. 2학년은 한티재에서 파계사까지 산길을 걸었다. 비가 와서 생각보다 길이 미끄러웠고, 발은 수풀 사이로 쑥쑥 빠져들었다.

등반 과정에서 학생들은 서로를 챙겼다. 미끄러지는 친구의 손을 잡아주었고,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래도 함께 불렀다. 누군가는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틀어 힘들다는 사실을 잠시 잊게 해주었다. 이날 참가한 학생들은 "멋지게 차려입은 흰 반바지에 흙탕물이 튀거나 바닥만 보고 걸으며 투덜거리는 학생도 있었지만 도착했을 때는 다들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대학입시 위주로 돌아가는 고등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단체 체험학습은 입시에 관심이 없는 학교로 오해받을 수도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러한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자신이 이전보다 한결 성숙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칠성고는 9월 중에 한 번 더 팔공산에 오르는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김종호 교감 선생님은 "장기간 공부에 매달리는 학생들은 무기력해지고 자신감, 효율성도 떨어지기 쉽다"며 "야외 활동을 함께하면서 팀워크의 중요성을 깨닫고 기분 전환을 통하여 집중력도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글 칠성고 2학년 유홍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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