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이성문제 등 많은 대화…3시간 동안 어느새 '친구' 로
장맛비가 거세게 쏟아지던 15일 오전 9시 대구 달성군 하빈면 육신사(六臣祠). 대건고 학생과 아버지 등 60명은 굵은 빗방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정하게 나란히 서서 "육신사는 조선 세조 때의 사육신인 박팽년'성삼문'하위지'이개'유성원'유응부 등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는 곳"이라는 대건고 교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육신사를 둘러본 이들은 대구유형문화재 36호인 하목정으로 향하는 중에도 부자간에 각각 맞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이어지는 지리, 생물 교사들의 설명을 경청했고, 강정고령보를 찾아 점심을 나눠 먹으며 정도 나눴다.
처음엔 어색하고 서먹함에 멋쩍었던 아들과 아버지들은 3시간 동안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며 13㎞를 걷는 동안 언제 그랬느냐는 듯 어느새 '친구'가 돼 있었다. 땅은 장맛비에 질척거렸지만 이들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이날 행사는 대구 대건고가 학생들과 아버지가 서로 친해질 기회를 만들기 위해 지난 4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아버지와 함께 대구시 경계 걷기' 프로그램. 학교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아버지와 정을 나누면서 함께 대구의 문화와 역사, 지리, 환경 같은 다양한 분야를 직접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날 프로그램에 참여한 강승(1년) 군은 "기숙사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아버지와 얘기할 시간이 거의 없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아버지와 많이 친해졌다"고 말했고, 아버지 강민구(48) 씨는 "아들과 함께 걸으면서 학업은 물론 이성 문제에 대한 조언도 해 줄 수 있어 정말 뜻 깊었다"고 좋아했다.
2010년 위암 수술 후 체력이 약해졌지만 아들에게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이날 프로그램에 참가했다는 이태희(49) 씨는 "평소에 아들과 대화할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이번에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됐다"고 말했고, 아들 이재헌(16) 군은 "아직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신데 흔쾌히 함께해 주신 아버지가 정말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대희 대건고 교무부장은 "경상도 남자들은 무뚝뚝해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특히 서먹하다"며 "7개 코스로 나눠 매달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아들과 아버지가 많은 얘기를 나누며 부자간의 정을 쌓다 보면 학교폭력 같은 청소년 문제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항섭기자 suprem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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