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매출 잡아라…대형마트 "싸게 더 싸게"

입력 2012-07-14 07:42:44

'영업이익 줄이더라도 매출 마이너스 성장만은 막자.'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 대형마트들이 대규모 할인행사에 돌입했다. 경기 악화, 농산물 작황 부진, 정부 규제 등 각종 악재로 사상 초유의 불황에 빠진 대형마트가 영업이익을 줄이더라도 매출 역신장을 막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

◆사상 최악의 불황 겪고 있는 대형마트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6월 소매 속보치에 따르면 대형마트 매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7.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월(-10.9%)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수치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는 상반기에 역대 최고 수준 할인 행사를 진행했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소비 부진과 의무휴업 등의 영업제한으로 인해 지난 4월 -2.4% 이후 5월 -5.7%로 3개월 연속 매출이 하락했고 그 폭도 커지고 있는 상황. 3개월 이상 감소한 것은 세계 금융위기가 실물 경제를 강타했던 2009년 6~9월 이후 처음이다.

좀처럼 역신장을 하지 않던 대구지역 대형마트들도 5월부터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매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5월 대구 대형마트 매출액은 지난해 5월보다 2.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매출 부진은 7월에도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6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06으로 올 들어 가장 나빴던 1월과 같다. CSI가 100보다 높으면 미래 소비를 많이 할 것이라는 응답이 많다는 것이고, 100보다 아래면 소비가 위축된다는 의미다.

CSI는 4월에 110까지 올라갔다가 5월 109로 하락했고, 6월에는 106까지 떨어졌다. 월 소득별 소비심리는 100만원 미만 저소득층이 5월 104에서 6월 98로 내려앉았다. 5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은 같은 기간 114에서 105로 떨어지며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령대로는 30대 소비심리가 눈에 띄게 나빠졌다. 30대 소비자심리지수는 5월 119에서 6월 111로 하락해 2009년 9월 이후 가장 낮았다.

◆역신장만은 막자, 파격적인 할인행사

대형마트들은 더 이상의 매출 역신장을 막겠다는 각오로 최저가와 반값으로 무장한 사상 최대 할인행사를 들고 나왔다.

홈플러스는 12일부터 내년 2월까지 약 8개월간 2천여 개의 주요 생필품을 최저가로 판매하는 '대한민국 최저가 도전'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최저가를 위해 무, 배추, 양파, 청양고추, 고등어, 갈치 등 100여 개 주요 채소와 수산물 가격을 매주 가격조사를 통해 전국 주요 소매시장 최저 가격보다 싸거나 같은 수준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신선식품의 중간 유통단계를 축소하고 산지 직거래 물량도 대폭 늘리기로 했다.

또 전단 대표상품의 할인기간을 기존 1주일에서 1개월로 확대하고, 낱개 상품 가격보다 5~20% 저렴한 상자 단위 230여 개 도매가 가공식품을 취급하는 점포도 65개에서 87개로 늘린다.

물류혁신과 중간 유통단계 축소, 사전물량 확보, 자체 마진 축소 등 6개월간 준비를 거쳐 소비자들에게 총 400억원 이상의 가격 인하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행사를 준비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홈플러스 영업이익 5천683억원의 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대표 상품으로는 내달 8일까지 생닭 1마리(8호, 700g 내외) 3천480원, 대란(30개) 3천300원, 체리(500g, 미국산) 5천800원, 점보오징어 1마리(380g 내외, 원양산) 1천350원, 홈플러스좋은상품 1등급 우유(1L, 연세우유 제조)는 1천400원에 판매된다.

롯데마트는 이상 기온으로 작황이 부진한 부추, 버섯 등 주요 채소 50여 품목을 평소 물량보다 5배 이상 준비해 최대 50% 저렴하게 판매하는 행사를 18일까지 펼친다. 부추는 정상가 대비 35%가량 할인한 900원, 적상추는 30%가량 내린 980원에 판매된다. 얼갈이도 40%가량 가격을 낮췄다.

또 이상기온으로 가격이 급등한 국내산 양파를 20t을 확보해 반값에 판매한다. 16일까지 국내 최대 양파 주산지인 전라남도 무안 양파를 1.5㎏당 시세의 절반인 1천790원에 판매한다. 사전 물량조사 등을 통해 생산량 저하를 예측, 미리 확보한 물량으로 반값에 푼다는 설명이다. 판계란(30개)도 롯데카드 결제 시 업계 최저가(2천490원)를 보장한다.

전국한우협회와 연계한 한우 소비촉진 행사도 진행된다. 한우 국거리와 불고기(1등급, 100g)는 정상가보다 25% 저렴한 2천200원에 판매된다. 롯데마트는 이번 행사에 평소보다 5배가량 많은 물량을 준비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알뜰소비 패턴이 확산되고 있는데다 의무 휴무 등의 규제로 매출 신장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파격적인 할인행사에는 그나마 소비자들이 몰리기 때문에 앞으로도 할인 경쟁이 점점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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