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이책!] 나는 앤디 워홀을 너무 빨리 팔았다

입력 2012-07-14 07:57:06

나는 앤디 워홀을 너무 빨리 팔았다/리처드 폴스키 지음/배은경 옮김/아트북스 펴냄

2000년대 중'후반, 전세계 미술시장은 요동쳤다. 미술시장의 구조 또한 바탕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예술가가 작품을 창작하면 그 작품은 미술상에 의해 거래됐다. 수집가가 다시 작품을 판매하려고 할 때도 미술상을 찾게 마련이다. 하지만 미술 경매가 열릴 때마다 가격이 폭등하자, 구매자와 판매자들은 미술상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경매 회사와 거래하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가격은 치솟았다. 이제 미술상, 갤러리, 경매회사의 영역이 무너졌다.

1980년대 초반만 해도 미술가들을 발굴하고 키우는 것은 갤러리의 몫이었고, 미술가가 미술계에서 중요 작가로 인정받게 되면 그제서야 작품이 경매에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만들어진 지 2년도 안 되는 작품이 경매에 오르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미술계'가 '미술시장'이 되어버렸던 짧고 폭발적인 시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가 소장하던 작품 앤디 워홀의 '깜짝 가발'을 경매에 내놓았던 2005년부터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미술시장이 붕괴하기 직전까지의 시기를 증언한다. 경매 이면에서 벌어지는 일들, 경매회사의 급부상으로 갤러리에서 떠나가는 미술계의 권력, 이제 부자만의 게임이 되어버린 미술시장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고객들을 대신해 뉴욕과 런던, 샌프란시스코에서 거래를 성사시키는 과정과 폭등하는 미술 시장에서 자신이 너무 빨리 팔아버린 '깜짝 가발'을 대체할 만한 작품을 찾아 헤매는 모습을 주저없이 말한다. 저자는 그러면서도 심각하지 않고 유쾌한 화법을 구사한다. 소더비 등 미술계 속사정에 대해 말하면서 자신마저 희화화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세계적인 작가들과 미술시장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368쪽, 1만6천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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