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 학회에 다녀왔다. 글쓰기 교육에 대한 비판이 글쓰기 교육의 포기가 아니라 글쓰기 교육 안에서 보다 넓고 깊이 있는 논의로 이어지는 자기 비판적이며, 자기 갱신적인 시간이었다.
문자 텍스트 중심의 쓰기 교육만으로 유비쿼터스 시대 수요자들의 입맛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주장이 지배적이었다. 시대 흐름에 따라 영화, 광고, 만화, UCC 등과 같은 다양한 매체를 끌어들여서라도 글쓰기의 지루함과 부담을 덜어주자는 데는 충분히 공감을 할 수 있었다.
모두가 작가일 필요는 없다. 글을 써서 먹고 살지 않는 한 글쓰기는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수단일 뿐이다. 글쓰기를 가르치는 입장에서 어떤 방법이 되었든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을 즐거움으로 바꾸어 줄 수 있다면 두 손 들어 환영할 일이다.
매일 같이 쏟아져 나오는 그 많은 글쓰기 관련 책자들도 쓰기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지는 못한다. 오히려 쓰기의 어려움을 다시금 확인하게 할 뿐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업이어서 몹시 고통스러울 때가 많다. 이따금 아무 것도 없는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노라면 그 공간이 마치 태평양인 듯 막연하고 암담하다"는 어느 작가의 고백은 글쓰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잘 표현해 준 말이라 하겠다.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작가이든 아니든 간에 이미 인터넷,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의 발달로 모두가 글을 쓰지 않으면 소통하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일반적으로 글쓰기의 첫 단계로 책 읽기만한 것이 없다고 한다. 부정할 수 없는 말이다.
그러나 많은 책을 읽었다고 누구나 쉽게 글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라는데 고충이 있다. 글쓰기 비법서나 글쓰기 교수법에 의존한다고 쓰기의 어려움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글을 쓰는 일은 누가 시켜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글을 쓰고 싶다'는 충동이 스스로 일어야 한다. 또한 글은 한번 뱉으면 사라지고 마는 말과 달리 깊은 사색을 통해 언어로 표현되는 작업이다. 좋은 글쓰기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성이 있어야 한다.
어미 닭이 밖에서 아무리 껍데기를 쪼아도 알 속의 새 생명이 밖으로 나올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그 생명은 끝내 햇빛을 볼 수 없게 된다.
글쓰기 또한 마찬가지다. 일단은 쓰겠다는 의지가 우선되어야 한다. 글을 쓰겠다는 발심이 즐겁다면 비로소 글을 쓰는 행위 그 자체가 행복해질 수 있지 않겠는가.
심지현(문학박사'대구가톨릭대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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