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토크(83)] 제프 버클리

입력 2012-07-12 14:05:40

탐미로 그려낸 1990년대의 감성

라디오헤드, 뮤즈, 콜드플레이는 현재의 장(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록밴드들이다. 이들의 인터뷰를 살피다 보면 제프 버클리(Jeff Buckley)라는 이름이 공통으로 등장한다. 음악적으로 가장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로 서슴없이 제프 버클리의 이름을 말한다.

제프 버클리는 1966년 미국에서 태어나 1990년대 활동한 싱어 송 라이터이다. 클래식 피아니스트였던 메리 귀베르와 언더그라운드 성향의 포크 아티스트 팀 버클리 사이에서 태어나지만 두 사람은 제프 버클리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혼을 한다. 제프 버클리가 8살 때 공연장을 찾아 아버지를 만나게 되고 며칠 동안 함께 시간을 보냈다고 하는데 부자가 함께한 시간은 이게 전부였다. 며칠 후 팀 버클리가 약물 과다복용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짧은 아버지와의 만남에 대한 기억 때문이었는지 이후 제프 버클리는 음악에 몰두하는 어린 시절을 보낸다. 또래 아이들이 한창 디스코에 열광하고 있었지만 제프 버클리는 레드 제플린부터 제네시스, 예스 같은 프로그레시브 록까지 1960년대 음악에 몰두하게 된다.

1990년이 되면서 본격적인 음악활동을 위해 뉴욕으로 향하지만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한다. 언더그라운드 클럽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하기는 했지만 가수로서의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 시기 파키스탄 출신의 월드뮤직 아티스트 누스랏 파테 알리 칸을 만나고 카왈리(파키스탄 종교음악)라는 음악을 알게 된다. 또 고전적인 블루스에도 열중하게 된다. 이 시기 접한 음악은 이후 제프 버클리 음악의 상징적인 양식이 된다. 그러던 중 LA에서 기회가 날아온다. 아버지의 매니저였던 허브 코헨이 데모 앨범 제작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데모 앨범을 제작하고 아버지의 추모 콘서트에 모습을 보인 제프 버클리는 이후 뉴욕의 예술지향적인 카페에서 노래를 부르며 메이저 레코드사와 계약을 한다. 1994년 데뷔 앨범이자 유작이 되어버린 'Grace'가 공개되고 평단과 음악인들 사이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다. 그의 우상이었던 레드 제플린의 지미 페이지는 '최근 20년 동안 등장한 최고의 보컬리스트'라는 극찬을 보내기도 한다.

앨범에 수록된 'Hallelujah'(레네드 코헨 원곡)가 당대 청년들의 환호를 이끌어내면서 두 번째 앨범 작업에 들어간다. 하지만 앨범의 완성을 얼마 남기지 않고 멤피스에 있던 울프강에서 수영을 하던 중 익사체로 발견된다. 예인선에 휩쓸려 실종된 지 5일 후의 일이다. 사후 2집 앨범 'Sketches for My Sweetheart the Drunk'가 공개되었을 때 전 세계 팬들과 음악인들은 찬사와 애도를 동시에 보낸다. 그리고 1990년대 청년문화의 기저에는 제프 버클리라는 감성이 있었음을 인지한다. 청년을 이해하겠다고 목청을 높이지만 정작 그들의 감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제프 버클리를 들어보길 권한다.

권오성 대중음악평론가 museer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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