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를 꿈꾸는 청소년들] 주목 받는 '고딩 CEO'

입력 2012-07-12 14:41:43

재미로 나선 '컴' 연구…신제품 만들어 팝니다

청소년들이 CEO를 꿈꾸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돈 많이 버는 사람, 한 기업의 대표'가 되고 싶다는 것일까? 이들의 목표는 뚜렷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전문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한 꿈을 갖고 노력한다. 뜨거운 열정과 도전 정신, 그리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성공의 DNA다.

◆컴퓨터 부품사 경신고 박상현 군

경신고등학교 2학년 박상현 군. 대학 입시준비에 몰두하고 있는 전형적인 고교생이다. 고교생으로서는 희귀하게도 명함을 가지고 다닌다. 그의 명함엔 'i DIY 대표 박상현'이라고 당당하게 적혀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I DIY'를 검색하면 박 군의 블로그가 뜬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컴퓨터 하드웨어 소식, 제품 정보, 리뷰 및 컴퓨터 튜닝과 DIY 정보 제공'이라는 안내 글귀가 적혀 있다. 지난 2010년 12월 중순부터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다. 요즘은 하루 방문객이 2천명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 있다.

박 군은 "처음엔 단순히 컴퓨터 하드웨어를 공부하면서 얻은 지식이나 관련 자료, 활동내용을 보관하는 용도로만 사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직접 공부한 하드웨어 내용을 토대로 실험이나 리뷰, 제작기 등을 올리면서 컴퓨터 관련 블로거들로부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여러 컴퓨터 회사에서 제품지원은 물론 인텔사에서도 공식 인증받는 IT 블로그가 됐다. 이뿐 아니다. 박 군은 최근 컴퓨터 부품업체를 설립했다. 이달 3일 사업자등록증도 발급받았다. 고객들에게 제품 주문을 받아 제작, 납품을 하고 있다. 사업장은 집이다. 사업 종목은 컴퓨터 및 주변장치 소프트웨어 분야. 처음 출시한 제품은 '레드 문'이라는 컴퓨터 케이스다. 박 군은 "현재 시중에서는 볼 수 없는 제품으로 스테인리스로 만든 전문가용 컴퓨터 케이스"라고 설명한다. 약간의 무게감이 있어 오히려 진동을 방지하는 등 기존 제품보다 장점이 있다는 것.

이 제품 외에도 컴퓨터 내부 열을 식혀주는 신제품 쿨러도 연구 중이다. 어릴 적부터 조립 분야에 뛰어난 재능을 보여 온 박 군은 경신고 과학 동아리 GSG(경신 사이언티스트 그룹)에서 활동하면서부터 마음껏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평소 즐겨 온 기계 설계와 제작에 매달리면서 대학진학을 염려하는 부모와 갈등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성적도 올리고 교내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한다는 조건으로 타협했다. 그의 공부방은 연구용 컴퓨터 관련 기계장치가 빼곡하다. 대학 입시를 앞둔 고교생의 방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컴퓨터 전문회사 인텔 코리아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할 때 박 군에게 초청장을 보낼 정도다. 그래서 친구들로부터 '인텔'이란 별명이 붙었다.

대학 진로는 카이스트로 정했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여 인텔사 취업이 1차 목표다. 최종 목표는 인텔 못지않은 세계적인 컴퓨터 기업의 CEO가 되는 것이다. 박 군은 요즘도 틈만 나면 중학교 때부터 꾸준히 써온 연구수첩을 뒤적인다. 그곳엔 그동안 각종 아이디어를 모아놓은 컴퓨터 관련 설계도가 다양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부모님은 염려하시지만, 저는 컴퓨터 관련 부품 설계와 제작도 등 신제품을 구상할 때 오히려 머리가 맑아진다"고 말한다.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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