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끝에 기 살려 그리는 '기명화가' 박승기 씨

입력 2012-07-11 09:52:33

장애인에 15년째 무료 그림 지도 봉사

"미술에 재능 있는 장애인들에게 그림을 가르쳐 보람된 삶을 살도록 돕고 싶어요."

대구 동구 도동 측백수림에서 평강동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개울가 옆에 허름한 갤러리가 있다. 미술 세계의 새로운 화풍인 기명화 창시자인 토사 박승기(50) 선생이 작품활동을 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요즘 장애인 5, 6명이 매주 한 번씩 박 씨의 그림 지도를 받고 있다. 장애인들은 어눌한 붓놀림이지만 수채화 및 유화를 채색하고 도자기를 빚느라 진지함으로 가득 차 있다.

박 씨가 장애인 시설이나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원생 중에 미술에 재능 있는 장애인을 발굴해 그림 그리기 봉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시다시피 저도 왼쪽 팔을 못 쓰는 장애인입니다. 장애인은 자립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내 재능을 장애인들에게 조금이라도 나눠 이들이 홀로서기를 할 수 있다면 큰 보람이지요."

박 씨가 장애인들에게 무료 그림 지도를 한 지도 벌써 15년째다. 그동안 자신한테 배운 장애인 수제자만 50명에 이르고 일반인까지 합하면 무려 100명이 넘는다. 장애인 수제자 중에는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는 이도 많다. 10여 년 간 유화'수채화'도자기 지도를 받은 박영자 씨는 장애인문화협회 동구지회장을 맡아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또 금강산 탐방길에 만나 15년간 도자기를 배우는 수제자인 이순득 씨도 그룹전은 물론 대구에서 도자기 지도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 밖에 수제자 중에는 대학강단에서 활동하는 사람도 몇 사람 된다. 박 씨는 한때 막걸리집을 운영하면서까지 손님이 없는 낮 시간을 활용해 장애인들에게 그림을 가르치기도 했다.

박 씨는 장애인 돕기 기금 마련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장애인문화협회 동구지회 제1회 사랑나눔전에 출품한 데 이어 올 6월 제2차 사랑나눔전에 작품 40여 점을 출품해 힘을 보탰다.

장애인 제자들과 해외 교류전에도 나서고 있다. 올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한'중'일 장애인 미술교류전에 제자 3명과 함께 출품했으며 올해 9월 중국에서 열리는 제3회 한'중'일 장애인 미술교류전에도 참여할 계획이라는 것.

박 씨는 미술의 새로운 화풍인 기명화를 창시해 주목받고 있다. 기명화는 기(氣)를 생명의 원천으로 보고 모든 기를 붓끝으로 그려내는 독특한 화풍이다. 그림을 그릴 때는 도포를 입고 갓을 써 이채롭다. 선비 복장을 갖춰 정신을 맑게 하기 위해서란다.

"기명화는 하늘의 7복과 땅의 7복을 모두 포함하는 하나의 우주 세계죠. 깨어 있음을 상징하는 물고기와 부'명예를 상징하는 집이 반드시 포함되며 그 사이에 우주의 별들이 반짝이고 있지요. 작품 한 점을 완성하는 데는 한 달이 걸리기도 해요."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기명화가 많이 알려지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산사를 중심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기명화 홍보를 위해 지역 동성로축제'한방축제는 물론 전국을 돌며 기명화 퍼포먼스 공연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 지금껏 기명화 개인전도 14차례 가졌다. 이달 23일 대구 동구문화예술체육회관에서 제15회 개인전을 가질 예정인데 요즘 작품 준비에 여념이 없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