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금요일에 과학터치'] "이로운 곰팡이도 많다"

입력 2012-07-10 07:15:36

야생형 붉은 곰팡이의 유성생식 포자(A)와 분자유전학적인 방법으로 유성생식 포자의 형성에 영향을 주게 만든 돌연변이체(B )
야생형 붉은 곰팡이의 유성생식 포자(A)와 분자유전학적인 방법으로 유성생식 포자의 형성에 영향을 주게 만든 돌연변이체(B )

21세기 들어 인간의 유전정보가 밝혀졌고, 동물 복제가 일상화되었다. 유전자 변형 농산물이 식탁에 오르고 있는 등 생명공학기술이 날로 발전함에 따라 여러 생명체에 대한 분자유전학적인 연구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분자유전학이란 생명현상의 연구에 있어서 생명의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DNA 등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다.

지구상에는 이제껏 밝혀진 7만여 종의 곰팡이 외에도 100만여 종의 곰팡이가 더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들은 엄청난 수만큼이나 사람의 생활에 다양한 방식으로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곰팡이에 대한 분자유전학적인 연구 역시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곰팡이는 '더러운 것' '해로운 것'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곰팡이는 우리에게 이로운 부분이 많다. 우리가 먹는 음식과 의약품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곰팡이다. 우리가 즐겨 먹는 치즈, 빵, 된장, 술 등 많은 발효 식품들을 다양한 곰팡이의 도움으로 만들 수 있다. 직접 먹을 수 있는 송이버섯, 팽이버섯 등과 같은 곰팡이도 있다. 또한 다양한 곰팡이의 수만큼이나 곰팡이에 의해 생성되는 다양한 물질들은 항생제, 항암제 등으로 각광받고 있다. 일부 곰팡이들은 생태계에서의 분해자로서 자연 생태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곰팡이가 만들어내는 사람에게 유용한 물질들은 다른 생명체가 가지지 않는 특이적인 '유전자'(생명 현상을 결정짓는 DNA로 이루어진 유전 단위)를 가지고 있다. 20세기 초 의학 발전에 혁신을 가져온 항생제 '페니실린', 항콜레스테롤제로 현재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의약품 중에 하나인 '로바스타틴', 항암제로 각광받고 있는 '아피시딘' 등 곰팡이에 의해 생성되는 수많은 물질들은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에 기인한다. 곰팡이의 유전자를 인간의 필요에 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변형, 이용할 수 있다면 인류의 삶을 더 윤택하게 할 것이다.

그러나 곰팡이가 사람에게 항상 유익한 것은 아니다. 일부 곰팡이들은 사람에게 치명적인 병을 일으키기도 하며 무좀, 비듬, 아토피 등을 유발해 인간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원인이 된다. 또한 식물에 병을 일으키는 곰팡이들은 농작물에 큰 피해를 주기도 하고, 감염된 식물체에 남은 곰팡이 독소에 의해 그것을 먹은 동물이나 인간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주기도 한다.

서울대 곰팡이 독소학 연구실에서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붉은 곰팡이'(학명:Gibberella zeae)다. 이 곰팡이는 우리가 주식으로 삼는 벼, 보리, 밀, 옥수수 등에 병을 일으켜 작물의 수확을 현격히 감소시킨다. 뿐만 아니라 음식에 남은 붉은 곰팡이 독소는 사람과 동물에게 치명적인 중독증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 병은 19세기 이전부터 유럽에서 알려져 왔고 20세기 들어 미국에서 크게 발생, 그 심각성이 대두됐다.

하지만 붉은 곰팡이의 병 발생을 비롯한 주요 유전자의 기능 분석은 세계적으로도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국내에서 이 곰팡이를 연구하는 곳은 서울대 곰팡이 독소학 연구실이 유일하다. 연구실에서는 붉은 곰팡이의 독성과 병원성을 차단하기 위해 곰팡이의 기초적인 분화와 생장을 조절하는 기전들을 이해하기 위한 실험들을 수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각종 분자유전학적 실험과 화학물질 분석 실험 기술을 이용, 연구를 수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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