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여름. 학교 업무로 바쁘던 중에 우연히 디베이트 연수를 한다는 공문을 접했다. 토론에 관심이 많았기에 참가를 희망했고 무더위 속에서도 2박 3일, 1박 2일의 디베이트 연수를 신나게 받을 수 있었다.
개학을 하고 배운 대로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었다. 급하게 독서 디베이트 동아리를 조직했다. 독서 디베이트에 대한 열정 하나로 시작한 동아리였다. 8명의 아이들 중 담임선생님의 추천을 받은 한 아이가 참여를 거부했다. 여러 번 설득했으나 자기는 책읽기는 좋아하지만 말하는 것은 싫어한다는 게 이유였다.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의 삼고초려처럼 나는 그 아이를 세 번 찾아갔다. 선생님도 어렸을 때 소극적이었지만 그 틀을 깨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득했더니 그냥 앉아만 있어도 되면 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시작된 아이들 8명과의 만남.
독서 디베이트는 책을 선정하고 독서토론을 하여 디베이트 주제를 정하고 주제에 대한 자료 읽기를 한 뒤 디베이트를 한다. 참으로 힘든 과정일 수도 있는데 8명의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공부를 한다는 기쁨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심히 하였다. 독서 디베이트에서 가장 중요한 꼼꼼하게 읽기와 주제 찾기에서 보여준 아이들의 열정과 집중.
특히 참여를 망설였던 아이의 변화를 잊을 수 없다. 그 아이는 세 번째 디베이트에서부터 입을 열기 시작하였다. 누구보다도 논리적이었고 침착했으며 정확하게 책을 읽은 흔적이 있었다. 함께 참여한 아이들도 놀라고 무엇보다 그 아이 자신이 놀랐다. 자기 속에 이런 열정이 있는 줄 몰랐다는 거였다. 그 아이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수시로 내 교실로 찾아와 질문을 하고 자기가 쓴 에세이를 보여주었다.
디베이트 전에 작성한 입안문과 디베이트 후 작성한 에세이를 모두 모아서 연말에는 책으로 펴냈다. 책 제목은 '12월에 피는 꽃'. 우리 동아리의 책 제목에는 '뮬란'이란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의 사연이 숨어 있다. 제목을 정하면서도 아이들과 나는 무척 행복했다. 실수를 연발하는 주인공에게 '너는 12월에 피는 꽃이야'라는 격려가 뮬란에게 희망을 잃지 않게 했고 결국 승리할 수 있게 했다는 이야기에서 감동을 받은 우리 아이들이 대화 중에 정하게 된 제목이다. 아이들은 과정과 결과를 모두 기뻐했고 자신이 쓴 글이 활자화되어 나온 것에 대해 너무도 즐거워했다.
교사로서 수많은 아이들과 인연을 맺고 산다. 나는 그 모든 만남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 그런데 디베이트로 인해 생긴 인연은 더욱 소중하다. 디베이트를 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아이들의 열정과 집중, 그것을 보는 순간 나는 눈물겨울 정도로 아이들이 대견하고 사랑스러웠다. 이렇게 소중한 아이들. 보석과도 같은 아이들. 그들 속에 숨어 있는 재능을 키워주고 지켜주고 발견시켜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교사가 된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오늘도 나는 그런 사랑스런 아이들 속에서 한없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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