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수의 시와 함께] 우주사막/김병호

입력 2012-07-09 07:49:57

잠을 자던 아이가 갑자기 칭얼거린다

무슨 나쁜 꿈인가 싶어

얼른, 아이를 품에 안는데

다시금 온몸을 떤다

어디를 다녀온 길일까

생이 생을 건너는 순간을

나도 다녀온 날들이 있다

허방을 딛고 떨어지는 별똥별처럼

바다보다 긴 목숨으로 시간을 밀고

아침을 얻기 전의 숨들이 고여 있는 곳

그곳을 다녀온 자들은

별을 잃고 비밀을 얻어

고아가 된다

지상에서 익힌 모든 이름들이

하룻밤 새 하얗게 세어버린다

한밤중에 갑자기 아이가 울 때, 부모는 아이의 꿈속에 함께 들어가지 못한 것이 서럽기만 합니다. 부모와 함께 있는 이 시간마저 아이를 홀로 버려둘 수밖에 없다는 그 사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지요. 아이가 다녀온 그곳을 시인은 '우주사막'이라 부릅니다. 그곳은 가능성으로만 존재하는 것들이 가득한 신비로운 곳이지요. 지상의 어떤 인연도 함께할 수 없는 그곳을 다녀오니, 아이는 우주사막에 홀로 선 듯한 고독을 느낄 수밖에요. 그래서 난데없이 부모는 제 뺨을 아이의 볼에 비비는 것이겠지요.시인'경북대교수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