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휘의 교열 斷想] 플라시보 효과

입력 2012-07-09 07:53:43

'울지마 톤즈'의 주인공 이태석 신부는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라는 이 세상 가장 가난한 곳에서 모든 것을 바치며 불꽃처럼 살다가 갔다. 병든 이들에게 진정한 의사였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진실한 친구였다.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라는 책에서 그는 현대 사회가 앓고 있는 물질주의라는 병에 대하여 아프게 지적하고 있다. "현대 사회는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가 물질주의라는 병을 앓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병 자체가 아니라 개인이나 사회가 그 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는 데에 있다. 이 무지는 콜레라처럼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 가기 때문이다."

아는 것이 없거나, 미련하고 우악스러운'무지'(無知)는 그만큼 무섭다."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했다.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의 명언으로 자연과 사회에 풍부한 지식을 가져야만 사업과 생활에서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진정한 봉사는 다른 사람의 알음을 바라지 않는다." "나는 도서관 앞에서 책을 한 아름 들고 나오는 그를 만났다."

앞서의 예문에 나오는 '알음'과 '아름'에 대해 살펴보자. '알음'은 사람끼리 서로 아는 일, 지식이나 지혜가 있음, 어떤 사정이나 수고에 대하여 알아주는 것을 뜻하며 "그와는 서로 알음이 있는 사이다."로 쓰인다. '아름'은 두 팔을 둥글게 모아서 만든 둘레 또는 둘레의 길이를 나타내며 "기둥 둘레가 장정의 아름으로 네 아름이 넘었다."로 활용한다. 또 '앎'은 아는 일로서 "앎은 힘이다." "나의 믿음이 너의 앎이 되었으리니 이제는 행함이 있어라."로 쓰인다. 두 팔을 벌려서 껴안은 둘레의 길이를 의미할 때는 '아름', 사람끼리 서로 아는 일의 의미일 때는 '알음', '알다'의 어간에 붙은 단어는 '앎'으로 적는다.

'알음' '아름'과 같이 '어름' '얼음'에 대해 알아보자. '어름'은 두 사물의 끝이 맞닿은 자리, 물건과 물건 사이의 한가운데, 구역과 구역의 경계점을 뜻하며 "눈두덩과 광대뼈 어름에 시커먼 멍이 들었다." "지리산은 전라, 충청, 경상도 어름에 있다."로 쓰인다. '얼음'은 물이 얼어서 굳어진 물질, 몸의 한 부분이 얼어서 신경이 마비된 것을 뜻하며 "이 추위에 얼마나 고생이냐? 손등에 얼음이 들었구나!" "얼음이 녹다."로 쓰인다. '얼음'은 '얼다'의 어간에 '-음'이 붙은 형태이므로 '얼음'으로 적지만 '어름'은 두 물건의 끝이 닿은 데를 나타내기에 어간의 뜻과 멀어졌으므로 '얼음'으로 적지는 못한다.

'플라시보 효과'는 약효가 전혀 없는 거짓 약을 진짜 약으로 가장해서 환자에게 복용토록 했을 때 환자의 병세가 호전되는 것을 말한다. 약효에 대한 무지보다 인간의 마음이 치유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쳐 때로는 약보다 더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가끔 모르는 게 편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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