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자연산-성형'논란…새누리 '집안 싸움' 시끌
요즘 신문과 방송의 정치 보도에서 '경제민주화'라는 용어가 자주 언급되고 있다. 정치권의 거대 이슈로 떠올랐다는 뜻이다. 여야는 이 '경제민주화'를 놓고 이슈를 먼저 선점했다느니, 이슈를 뺏기고, 빼앗았다느니 연일 공방전이다.
'경제민주화'는 쉽게 말해 자유시장경제 아래에서 국가가 헌법에 충실한 범위에서 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경제민주화는 좌파의 정치적 슬로건이었다. 우리나라 헌법 제119조 2항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해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에 명시된 것이다. 이 경제민주화는 ▷경제구조의 양극화 해소 ▷소득 양극화 해소 ▷대자본에 대한 견제라는 3가지 목표를 두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1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당헌'당규를 고쳐 '경제민주화 실현'을 강조했다. 경제는 자유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소극적으로 개입하던 보수진영의 논리에 정부가 앞으로 시장에 적극 개입해 대기업의 과도한 영향력을 제한토록 한다는 진보 진영의 논리가 섞인 것이다. 이는 김종인 당시 비상대책위원이 강력히 주장했고 당시에도 논란이 일었다. 새누리당은 당시 경제민주화라는 용어가 갑자기 등장한 것에 당황해 했지만 대선 국면에서 중도층으로 지지세를 확장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이슈라는 점이 설득력을 가지면서 당헌'당규를 고치는 유연성을 보였다.
하지만 찬찬히 되짚어보면 '경제민주화'는 민주통합당이 먼저 선보인 이슈다. 지난해 7월 민주당은 당내에 '경제민주화 특위'를 만들고 11월에는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법인'소득세 최고세율 구간 신설 등을 골자로 경제민주화 분야별 정책과제와 핵심 10대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민주당은 5일 경제민주화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경제민주화포럼'까지 출범시키면서 이슈를 뺏기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시 다지고 있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포럼 창립식에서 발제를 맡은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자연산 경제민주화와 성형 경제민주화를 구별해야 한다. 삶과 철학 등 일관된 행보 속에 경제민주화가 녹아 있는 것이 '자연산'이고 여론 추이를 보며 갖다 붙인 것이 '성형'"이라며 새누리당의 '변화'를 비판했다.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도 같은 자리에서 "재벌에 무소불위의 시장 권력을 넘겨주는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는 박근혜 전 대표의 2007년 대선 공약) 정책을 고집하면서 경제민주화를 얘기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주장했다.
경제민주화가 이렇게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그 파급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 속에는 대기업의 횡포를 막겠다는 취지로 하도급 업체와의 부당거래, 자회사 일감 몰아주기, 지배주주 일가의 사익추구를 근절하고 경제권력에 대해 엄격한 법집행을 하겠다는 의지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당연한' 이슈로, 새누리당은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줄' 이슈이기 때문에 주도권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경선캠프' 김종인 공동선대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 최경환 의원 등이 '경제민주화'를 놓고 설전을 벌이면서 일견 '노이즈 마케팅'에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새누리당은 시급히 경제민주화에 대한 이견을 좁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 위원장의 경제민주화가 특정 경제세력이 사회를 지배하는 구조를 막기 위한 것으로 비치면서 재벌 개혁 쪽에 무게가 실린다면 이 원내대표는 경제민주화가 아닌 '공정경쟁 체제 확립'이라고 표현하자고 맞서고 있다.
새누리당 대선공약기획단이 경제민주화 이슈를 대통령선거 때까지 계속 주도해 나가기 위해서는 당과 박 전 대표 캠프 내에서 같은 목소리를 내야만 혼선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