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소속 지방행정체제 개편추진위원회(이하 행정개편추진위)가 지난달 13일 구미시와 칠곡군을 통합해야 한다고 발표하자 해당 지역 주민들의 찬반양론이 거세지고 있다. 행정개편추진위는 이달 행정안전부 장관의 통합권고 및 통합의사를 해당 자치단체에 통보한 다음 의회 의견청취 및 주민투표 등을 실시한다. 주민투표는 주민투표법 제24조 1항에 따라 주민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 투표해 유효투표권자 과반수의 의결로 결정한다.
◆구미, 통합 반대론 높아
칠곡과의 통합에 대해 구미시와 정계, 시민단체, 시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구미시는 1995년 선산군과 통합 후 선산군 지역의 인구 유출 및 고령화, 농촌지역 낙후화, 경기 침체 등 후유증을 앓고 있어 칠곡군과의 통합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게다가 구미시의 행정구역 통합은 2009년 군위군에서 추진해오다가 구미시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 당시 행정구역 통합에 대한 여론 자체가 구미시민들 사이에서 형성되지 않았으며, 농촌지역으로 낙후된 군위군을 흡수 통합해도 구미시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등 통합 반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남유진 구미시장은 "자치단체 간 통합은 역사적, 지리적, 정체성, 유사성 등이 있어야 하는데 일방통행식 인위적인 통합을 있을 수 없다"며 "구미는 선산군과 통합 이후 선산군의 인구와 경제 등 모든 부분에서 낙후돼 17년 동안 구미시가 많은 부담을 안고 왔는데 또다시 통합 악몽을 겪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구미시청공무원직장협의회도 지난달 29일 '중앙집권적인 획일적 정책추진을 결사반대하며, 지역실정에 합당한 행정조직이 전제돼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협의회는 "시'군 통합은 역사적'지리적'정서적으로 유사성이 있거나 정체성에서 일체감을 보일 경우 신중히 검토해야 하는데도 개편위 확정(안)은 이 같은 사항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주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인위적인 시'군 통합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심학봉(구미갑)'김태환(구미을)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구미시와 칠곡군이 통합했을 때 두 자치단체 간 시너지 효과가 무엇인지, 지역 주민들 간 갈등은 없는지 등을 두고 고민해야 한다. 마산'창원'진해가 통합을 했지만 지역발전, 경제, 주요기관 위치 등으로 많은 갈등을 겪고 있듯이 시'군 통합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주민공청회를 거치는 등 철저하게 시민들의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정구역 통합에 반대하는 구미시민들은 이달 3일 '구미시·칠곡군 시군통합 결사반대 투쟁위원회'를 결성하고 13일부터 서명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날 결성된 '투쟁위원회'에는 구미시 선산'고아읍, 무을'옥성'도개면 등 5개 읍'면 발전위원회와 이장협의회, 주민 등 1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13일 선산문화회관 대강당에서 5개 읍'면지역 기관'사회단체, 주민 등 5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시'군통합을 반대하는 대규모 궐기대회를 열 계획이다.
반면 구미지역 경제계는 통합을 반기는 입장이다.
김종배 구미상공회의소 사무국장은 "현재 구미국가산업단지 3'4단지의 경우 공장 중간으로 시'군 경계선이 지나가는 곳이 많아 기업체들이 행정적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며 "양 지역이 통합이 되면 기업 및 고급인력유치에도 유리할 뿐만 아니라 구미지역 협력업체들이 칠곡지역에 들어설 가능성이 많다"고 찬성했다.
◆찬반 양론에 제3통합론까지 등장
구미지역이 대체적으로 반대론이 높은 방면 칠곡지역은 통합 찬반론에 이어 제3의 통합론까지 나오고 있다. 왜관읍'기산면'약목면'가산면의 대부분 주민들은 반대를, 구미와 접한 북삼읍과 석적읍 일부 주민들은 찬성을, 지천면'동명면의 일부 주민들은 대구와의 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칠곡'구미통합추진위원회(위원장 조기석 칠곡군의원'석적읍) 등 찬성 측은 "통합으로 칠곡군의 역사와 전통이 희석되는 등 단점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실보다 득이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기석 위원장은 "칠곡보다 소득이 3배 이상 높은 구미와 통합하면 칠곡군에 이득이 되며, 구미국가산업6공단의 칠곡군 유치의 길이 열릴 것"이라며, "또 대중교통 요금이 일원화되며 구미시의 교육'문화'체육'복지시설과 콘텐츠를 칠곡군이 함께 공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합추진위 한 관계자는 지천'동명'약목'가산'왜관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발전 비전이 있는 구미시와 통합해야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다. 자신의 이권을 지키기 위해 기득권층이 주민들을 볼모로 통합에 반대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칠곡군청 홈페이지에 올리는 등 찬성을 향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통합을 반대하는 측은 칠곡군의 정체성 훼손과 흡수통합에 따른 폐해를 이유로 들면서 '절대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김윤오(성균관유도회칠곡군지회장'지천면) 칠곡군민대통합위원장은 "만약 칠곡이 구미와 합쳐진다면 이는 시'군 간 동등한 통합이 아니라 칠곡이 구미에 흡수되는 것이며, 구미와 합친 선산과 같이 칠곡은 정체성 없는 하위개념의 행정구역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칠곡군청공무원직장협의회도 지난달 15일 '우리는 칠곡군'구미시 통합을 단호히 거부한다'는 성명서를 통해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대구시와 경계를 접하고 있는 지천면과 동명면 일부 주민들은 "선산의 예에서 보듯, 구미와의 통합은 칠곡이 구미의 하위 행정구역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보다는 대구시 달성군과 같이 대구시 칠곡군의 통합 형태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미'전병용기자yong126@msnet.co.kr 칠곡'이영욱기자 hell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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