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 이야기] 물놀이 삼매경

입력 2012-07-06 07:05:43

만삭이 가까워오는 임신 8개월이 지나서까지 수영장을 가자며 남편에게 조르던 나였기에 지금 두 아들 녀석들이 물을 너무 좋아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것 같다.

작년부터 여름이 아니어도 우리 집 욕실은 거의 풀장이나 다름없다. 네 살, 세 살 연년생인 두 아들은 엄마를 닮아 물과 더불어 놀려고만 해서 같이 장단 맞춰 주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지금도 이러니 한여름엔 어찌할까 싶어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한다. 큰 애랑은 몇 번 수영장에도 갔었지만 아직 둘 다 데리고 간 적이 없던터라 올 여름부터 한번 시도해 보려고 하지만 남편이 그다지 물을 좋아하지 않아 반기지 않는 눈치다. 하지만 자식과 사랑하는 아내의 소소한 소망까지 모른 척 하는 무정한 사람이 아니란 걸 믿기에 벌써부터 슬슬 애교와 반복학습으로 세뇌를 시키고 있다.

지난 주말엔 갑작스런 손님들에 정신이 없는데 또 물놀이를 하자며 떼를 쓰기에 욕조에 둘이만 넣어 줬더니 어느새 작은 애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연년생에 큰 애도 아직 많이 어리다보니 동생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이 그저 자기가 더 많이 자리를 차지하려고 구석으로 동생을 밀쳤나보다. 그러니 힘없는 애는 울음으로 긴급 구조를 요청할 수밖에 없다.

손님들이 가고는 역시나 마지막 마무리는 엄마와 같이 세 명이서 샤워인지 물놀이인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끝이 났다. 딴에는 물놀이도 피곤했던 모양이다. 잠시 주방에 다녀오니 두 녀석 다 저녁도 먹기 전인데 새근새근 잠이 들어버렸다. 나 자신도 피곤했지만 두 아이의 온화한 미소 띤 배냇짓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사랑한다! 내 아들들. 늘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다오. 그럼 올 여름도 두 꼬맹이들과 파이팅 넘치게 물놀이 삼매경에 실컷 빠져 볼까? 어린애마냥 생각만 해도 신난다.

김선자(대구 수성구 범물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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