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집중 인터뷰] 사공일 세계경제 연구원 이사장

입력 2012-07-06 07:10:34

"대선 키워드 '경제민주화' 논란…확실한 개념정리 필요성 높아져"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논란은 대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그것은 헌법 제119조 2항에 있는 경제민주화라는 말에 대해 명확한 정의가 내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주로 재벌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1항에서 개인과 기업의 창의력을 발휘하라는 조항이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적어도 정부 여당에서는 빨리 중론을 모아서 국민들이 혼란스럽지 않게 해야 한다. 정리할 필요가 있다."

사공일(72)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논란을 빨리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선거를 앞두고 여야 정당이 앞다퉈 인기영합적인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은데다 경제상황이 나쁘기 때문에 소득분배의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재벌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그는 "무엇보다 이런 상황을 재벌 스스로 인식하고 달라져야 하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하면서 "(재벌이) 그런 모습을 보여줄 때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기업 집단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에 대해 "대기업 스스로 중소기업과 동반성장하고 상생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도 "법으로 규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렇게 될 경우 세계화가 된 지금의 상황에서 대기업은 규제를 받지 않는 다른 나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정부 들어 국가경쟁력강화특별위원장과 G20정상회의 준비위원장을 거쳐 한국무역협회장을 지내고 자신의 고향 같은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으로 복귀한 사공 이사장을 만나 경제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1993년 설립한 세계경제연구원은 내년이면 20주년을 맞는다. 세계경제연구원은 세계적인 석학들과 국제기구의 수장을 비롯, 세계적인 기업가 등 세계 경제에 영향력이 있는 주요 인사들을 초청, 각종 세미나와 컨퍼런스를 통해 우리 국민과 정부의 정책담당자 및 기업인들에게 세계 경제의 현안을 알려주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G20정상회의 준비위원장으로서 G20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또 무역협회장으로서 지난해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특별한 소회가 있을 것 같다.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데 일익을 담당했고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9번째로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무역협회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었다. 나로서는 굉장히 보람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G20정상회의는 내가 잘했다기보다는 우리 국민 모두가 열심히 노력하고 협조해줬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고 무역 1조달러도 기업인과 근로자, 정부가 그야말로 기적을 이룬 것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9번째로 무역 1조달러를 달성했는데 그 나라는 G7중에서 덴마크를 제외한 미국과 일본'독일'프랑스'영국'이탈리아 등 6개 국과 네덜란드'중국뿐이다. 우리 국민과 기업이 이룩한 대단한 성과다.

우리나라가 무역 규모 10억불을 한 것이 1967년이었다. 그때 수출은 6억불이었다. '수출의 날'을 '무역의 날'로 바꾼 것이 1987년이었는데 그것은 우리나라가 수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역을 하는 나라라는 것을 전 세계에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G20정상회의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G20정상회의 이후 전 세계가 한국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물론 우리 경제가 국내에서 볼 때는 많은 어려움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밖에서 바라보면 세계 경제 전체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잘하고 있다. OECD 국가 중에서 2008년 금융위기를 가장 먼저 극복했다. 또 G20정상회의와 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했고 EU에 이어 미국과도 FTA를 체결하고 발효시켰다.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시장을 10% 가까이 확장하고 조선과 석유화학, 휴대폰 등에서 한국은 정말 돋보이는 기적과 같은 나라다. 1965년 우리의 5대 주력 수출품이 철광석과 텅스텐, 생사, 무연탄, 오징어였다. 그것이 이제는 조선과 반도체, LCD평판, 자동차와 부품, 석유화학제품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이런 최첨단 선진제품들을 5천600억불이나 수출했다. 개발도상국이나 선진국 모두 놀라운 나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안에서 보면 경제 여건이 어려워져서 불평이 많고 또 정치가 경제나 사회발전에 따라가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정치선진화가 빨리 돼서 무엇보다 국회가 법을 지키지 않는 것부터 없어져야 한다.

-무역협회장을 연임하지 않고 물러나자 박수를 받았다.

"무역협회장은 아주 보람있는 자리다. 우리가 이 정도로 살게 된 것은 무역을 통해 잘살게 됐기 때문인데 앞으로도 우리나라는 무역을 통해 가야할 길이 많은 나라다.

대기업들은 스스로 마케팅 능력이 있어 무역협회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되지만 중소기업은 무역협회가 도와주어야 한다. 무역협회가 이들을 도와주고 잠재적으로 무역에 종사하려는 지방 중소기업을 도와주는 것은 보람있는 일이다. 또한 협회는 거시적으로 한미FTA와 한EUFTA 발효 이후 기업들이 밖에서 제대로 뛸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해왔다. 그곳에서 직접 현장을 찾아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듣고 특히 대구 성서공단에도 수차례 갔었다. 현장에서 기업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이것을 정부와 관계기관에 넘기는 보람있는 일을 했다.

임기가 마무리될 때쯤 업계에서는 무역협회장 연임을 기정사실화했고 정부에서도 연임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저는 아쉬움이 있을 때 그만두고 떠나는 것이 좋겠다고 평소에 생각해왔기 때문에 미련없이 떠났다. 무역협회 말고도 세계경제연구원 등에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많았다. 자리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

-유럽발 경제위기는 어떻게 될 것인가.

"근원적인 문제는 유럽의 17개 나라가 유로존을 통해 단일 통화를 쓰는 데 있다. 그러나 단일 통화를 쓰면서도 재정정책은 각 나라가 자율권을 갖고 있다. 금융기관을 감독하거나 예금보험 등에 대해서는 각 나라별로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정치적 통합 없이 '통화'만의 통합을 한 것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 유럽 17개 나라가 독일을 중심으로 노력하고 있는데 쉽지는 않다. 하루 이틀 사이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유럽문제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어렵게 끌고 가는' 형국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유럽의 지도자들도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붕괴가 되지 않도록 꾸려나갈 것으로는 본다.

만약 유로존이 붕괴한다면 우리한테 더 큰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에도 잘 대처해야 한다. 이것은 유럽의 정치적 리더십의 위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강력한 카리스마 리더십이 있어서 설득해 낸다면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리더십이 없다.

-앞으로 세계 경제는 아시아가 견인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아시아가 현재 차지하고 있는 GDP는 전 세계의 27% 정도다. 그런데 서방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인 1820년대까지는 아시아가 전 세계의 60%를 차지했다. 그때 중국만 해도 33%였다.

1950년대 이후 일본과 대만, 한국, 홍콩,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 각국과 중국, 인도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다시 27%를 점하고 있다. 앞으로 20~30년을 내다봤을 때 아시아가 유럽과 미국보다 더 성장할 것이다. ADB연구보고서를 보면 2050년이 되면 아시아가 전 세계 경제의 50%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특히 중국이 주도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전략으로 우리가 국가의 위상을 잘 지켜나갈 것인지를 잘 생각해야 한다.우리는 중국보다 시장경제를 먼저 도입했고 시장경제가 앞서 있기 때문에 현시점에서는 중국이 제공할 수 없는 사회적 간접자본도 그렇고 제도적 인프라도 유리한 게 많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 그늘에 가려서, 중국의 변방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을 평가한다면

"경제적으로는 이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 세계적인 위기가 닥쳤기 때문에 미흡한 면이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는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고 할 수도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선방한 측면도 있다. OECD국가 중에서는 우리가 가장 잘하고 있다. 그것은 경제내용을 잘 아는 사람들은 다 인정하고 있다. 통계적으로는 성장률이 낮지만 대외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다만 그 모든 것은 역사가 평가할 몫이다."

-향후 계획하고 있는 일은 있는지

"지금껏 하는 일을 하고 세계경제연구원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 10월에 통일세미나를 독일과 가질 계획이다. 독일의 통일과 관련한 전문가를 불러, 독일의 경험에서 성공한 것과 달리해야 할 것을 확인해야 한다. 이런 것을 공유함으로써 우리가 통일을 준비하는 데 도움을 줬으면 한다. 내년이 세계경제연구원 창립 20주년이라 그 준비도 하고 있다"

사공 이사장은 현재 경북중고 동창회장으로서 2016년 경북고 개교 100주년을 앞두고 장학기금 50억원 모금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한 모금활동은 이미 40억원의 약정고를 채워 조만간 목표를 초과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장학금 모금사업에 대해 가정형편이 좋지 못한 후배들을 도와주는 것뿐만 아니라 우수 인재를 집중적으로 도와주는 역할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그것이 대구경북과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는 길이라는 것이다.

서명수 서울정경부장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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