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 수집경쟁 구역다툼
4일 오후 5시 대구 남구 봉덕동의 한 고물상. 박모(73'여'남구 대명동) 씨가 폐지 등을 실은 리어카를 끌고 왔다. 박 씨가 리어카를 저울에 올리자 104㎏이 기록됐다. 리어카 무게 46㎏를 뺀 실제 폐지 무게는 58㎏이다. 박 씨는 6천300원을 받았다. 1㎏당 108원인 셈이다. 박 씨는 "이틀 동안 폐지와 고물을 모았지만 1만 원도 되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길가에 버려진 폐지와 고물을 주어 생활하는 노인들의 살림이 더 힘겨워지고 있다.
주 수입원인 종이 상자 등 폐지를 구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는데다 폐지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폐지를 구하기가 더 힘들어 진 것은 동네 슈퍼마켓이나 식당 등이 종이 박스나 신문을 내다버리지 않고 구청이 재활용품을 수거할 때 버리거나 자체적으로 고물상과 거래하기 때문이다.
특히 폐지 가격마저 폭락해 폐지 수집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김후남(80'여'남구 봉덕동) 씨는 4일 모은 폐지 50㎏을 고물상에 팔아 4천200원을 벌었다. 김 씨는 "작년에는 같은 양으로 팔면 6천원 정도를 받았다"면서 "10년 전부터 폐지를 주워 생활했는데 올해가 가장 힘들다"고 털어놨다.
노인들 간 폐지 수집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구역 다툼'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
대구 중부경찰서는 지난달 28일 중구 태평로에서 폐지를 줍다 서로 영역을 침범했다며 다툰 혐의로 C(64) 씨와 L(53·여)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대구 남부경찰서는 4일 폐지를 서로 가져가려다 다툰 혐의로 J(81) 씨와 K(32'여)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폐지를 줍는 사람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자기 구역이 정해져있는 것 같다. 폐지 수집을 두고 싸움까지 일어나는 것은 서민들의 삶이 얼마나 팍팍한지를 보여주는 것 아니겠냐"고 씁쓰레했다.
이화섭기자
사진 5일 오전 한 노인이 자전거를 타고 대구 동성로 상가를 돌며 폐지를 찾고 있다. 최근 폐지값 폭락에다 구하기도 힘들어져 폐지를 줍는 노인들의 살림이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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