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스포츠토토의 늪…발담근 10대들 '허우적'

입력 2012-07-05 10:55:09

주민번호 입력 안해도 가입, 호기심으로하다 큰 돈 날려

고교생 이모(16) 군은 수업을 마치면 근처 주유소로 아르바이트를 하러 간다. '사설 스포츠토토'를 하기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 군은 한 달 평균 100만원 정도의 돈을 사설 스포츠토토에 쏟아붓는다. 따는 돈은 많지 않지만 언젠가 대박을 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석 달째 여기에 빠져 있다.

이 군은 "한 반에 10명 정도가 사설 스포츠 토토를 하고 있다"며 "수업시간에도 스마트폰으로 계속 스포츠경기를 분석하고 돈을 베팅한다"고 말했다.

이 군과 같은 반 친구인 박모(16) 군도 스포츠토토에 빠져 있다. 박 군은 "하루에 10만원을 잃은 날도 있지만 100만원을 딴 적도 있다"며 "돈을 계속 잃다 보니 본전 생각이 나서 그만두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청소년들이 불법 사설 스포츠토토에 빠져들고 있다. 스포츠토토는 축구와 농구, 야구 등의 경기 결과를 예측해 베팅한 뒤 실제 경기 결과에 따라 배당금을 받는 게임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주관하는 스포츠토토만 합법이고 나머지 사설 스포츠토토는 모두 불법으로 인터넷으로만 접속할 수 있다.

청소년들이 인터넷에서 사설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찾는 것은 쉽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만 해도 수십 개의 사설 스포츠토토 사이트 주소가 쏟아져 나온다. 19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스포츠토토를 사는 것은 법으로 금지돼 있지만 사설 스포츠토토 사이트에서는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지 않고 계좌번호만 기입하면 가입이 가능하다. 스포츠토토는 한 게임에 최대 10만원까지 베팅이 가능하지만 사설 스포츠토토는 베팅 금액에 제한이 없다. 한 번에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까지 베팅할 수 있어 대부분 큰돈을 잃기 십상이다.

고교생 정모(17) 군은 "넉 달째 스포츠토토를 하면서 100만원 이상을 썼지만 딴 돈은 겨우 30만원에 불과하다"며 "잘못된 줄은 알지만 언젠가 딸 수 있다는 생각에 좀처럼 끊기 힘들다"고 말했다.

사설 스포츠토토를 하다가 적발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설 스포츠토토 사이트들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단속이 어렵다. 적발돼도 소액으로 베팅하기 때문에 처벌도 쉽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수많은 이용자들을 모두 처벌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베팅 금액이 많은 사람 위주로 처벌하기 때문에 청소년이 처벌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대구가톨릭대 백용매 교수(심리학과)는 "청소년들은 자기 통제력이 약해 호기심으로 시작한 도박에 쉽게 빠져들 수 있다"며 "상당수 청소년들이 학업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도박을 하기 때문에 전문상담센터에서 스트레스와 관련된 전문 상담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항섭기자 suprem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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