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
지난달 26일 영동선 도계역과 통리역을 오가던 스위치백 열차(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오르는 열차)가 역사의 한 페이지로 넘어갔다. 터널 개통으로 스위치백 구간이 폐쇄되면서 지난 73년 동안 가파른 고개를 오르내리던 열차도 승객들과 이별을 고한 것이다. 열차가 속도의 미학을 추구하면서 열차여행이 주는 낭만의 미학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KTX 시대가 열리면서 새마을호로는 3시간, 무궁화호로는 4시간가량 소요되던 대구와 서울의 거리가 1시간 30분으로 좁혀졌다. 덜컹거리는 완행열차 대신 쏜살같이 오가는 고속열차가 철로 위를 점령하면서 승객들은 열차여행이 주는 여유와 묘미를 느낄 수 없게 됐다.
디지털시대에 살다 보면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추억처럼 아날로그가 그리워질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증기기관차가 운행되고 있는 전남 곡성의 섬진강기차마을로 가보자. 전국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낭만적인 여행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굽이치는 섬진강을 따라 하얀 증기를 내뿜으며 칙칙폭폭 달리는 증기기관차는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출하고 시간을 거꾸로 되돌려 놓은 듯한 느낌마저 준다.
◆낭만을 싣고 떠나는 증기기관차
열차가 다니지 않는 죽은 철로에 생명을 불어 넣어 사람들이 모여 드는 관광명소로 탈바꿈시킨 곳이 섬진강기차마을이다. 곡성군은 폐선된 전라선 10㎞(구 곡성역~침곡역~가정역) 구간을 철도청으로부터 매입한 뒤 섬진강기차마을을 조성했다. 2005년 문을 연 섬진강기차마을의 명물은 단연 증기기관차다.
증기기관차는 하루 다섯 차례(오전 9시 30분과 11시 30분, 오후 1시 30분과 3시 30분'5시 30분) 섬진강 물길을 따라 운행하며 왕복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 증기기관차는 10㎞의 짧은 거리를 왕복하지만 열차여행의 묘미를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기적을 울리며 달리는 증기기관차에 몸을 맡기면 이내 추억과 향수에 젖어든다. 차창 안으로 밀려드는 시원한 섬진강 바람과 가족 또는 연인과 함께 나눈 대화는 빛바랜 흑백사진처럼 기억에 각인된다.
증기기관차가 출발하는 구 곡성역사도 섬진강기차마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등록문화재 제122호로 지정된 구 곡성역사는 1930년대를 대표하는 표준형 역사 건물로 고풍스러운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천장에 매달려 빙글빙글 돌아가는 커다란 선풍기와 나무를 대충 깎아 만든 딱딱한 네모 의자가 향수를 자극한다.
섬진강기차마을에서는 레일바이크도 즐길 수 있다. 철길 위를 달리는 레일바이크는 기차마을 안을 도는 순환형과 침곡역~가정역의 5.1㎞ 구간을 오가는 섬진강레일바이크 두 종류가 있다. 순환형은 운행 구간이 500m로 짧다. 레일바이크로 보다 긴 구간을 달리고 싶으면 침곡역으로 가서 편도 40분이 소요되는 섬진강레일바이크를 타면 된다. 섬진강레일바이크는 오전 9시와 11시, 오후 1시와 3시, 5시 운행된다.
섬진강기차마을의 다양한 열차 조형물도 눈길을 끈다. 기념품 판매점과 화장실, 숙박시설(레일 펜션)이 모두 열차를 리모델링해서 만들었다. '시원한 열차'라는 이름이 붙은 곳이 화장실이다. 새마을호를 리모델링하여 만든 레일 펜션은 편백나무로 객실 벽체를 만들었으며 섬진강기차마을을 조망할 수 있는 야외 테라스도 갖춰 하룻밤 쉬기에 제격이다.
◆장미공원'곤충관 등 갖춘 종합테마파크
섬진강기차마을은 1004 장미공원과 섬진강 천적곤충관, 놀이공원인 드림랜드, 동물농장 등을 갖춘 종합테마파크로 거듭나고 있다. 수만송이 장미가 화사한 미소를 보내는 장미공원은 4만㎡로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할 뿐 아니라 세계 곳곳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는 1004종의 장미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장미공원에 들어서면 눈과 코가 즐겁다. 빨강'주황'노랑 등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장미들이 어우러져 꽃대궐을 연출한다. 모양도 어른 엄지 손톱만한 것이 있는 가 하면 어른 주먹만한 것까지 다양하다. 특히 세계우수장미전시관에서는 세계장미협회가 3년마다 개최하는 세계장미총회에서 우수 품종으로 선발된 희귀 장미를 볼 수 있다. 2000년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제12회 세계장미총회'에서 최고의 품종으로 선발된 잉그리드 버그만을 비롯해 9개 품종의 장미가 관광객들을 맞고 있다.
장미공원 내 장미는 10월까지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5월에 한창 피었다 지금은 장미가 지고 있는 시기다.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7월이 되면 다시 만개할 것이라고 한다. 장미공원은 여수세계박람회가 열리는 8월 12일까지 야간에도 개방된다. 조명을 받아 더욱 화려하게 빛나는 장미의 향연은 낮에 볼 수 없었던 장미공원의 또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섬진강 천적곤충관은 섬진강의 자연생태와 천적관계를 테마로 한 곤충생태계 전시관으로 육상'수상'천적 등 다양한 곤충 표본이 전시돼 있어 어린이들의 교육장으로 인기가 많다. 드림랜드에는 바이킹을 비롯해 우주전투기'회전목마 등의 놀이기구가 있으며 동물농장에서는 타조'당나귀 등의 동물을 만날 수 있다.
섬진강기차마을 입장료는 성수기 기준 어른 3천원, 소인 2천500원이다. 입장권만 있으면 섬진강천적곤충관'동물농장 등 눈으로 보는 것은 모두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증기기관차와 레일바이크'놀이기구 등 타는 것은 별도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증기기관차 요금은 왕복 기준 좌석은 대인 6천원, 소인 5천500원이며 입석은 대인 5천원, 소인 4천500원이다. 레일바이크 요금은 기차마을 순환형의 경우 1대(4인 기준) 3천원이며 섬진강레일바이크는 4인 기준 대당 2만3천원이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방문객이 많기 때문에 증기기관차나 레일바이크를 타려면 섬진강기차마을 홈페이지(http:// www.gstrain.co.kr)를 통해 예약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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