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이 서울대 폐지 대선 공약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서울대 명칭을 없애고 전국 주요 국립대학을 서울대의 캠퍼스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나친 입시 경쟁, 사교육비, 대학 서열화와 취업 차별 등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른바 '쾌도난마'식 해법이란다.
사람살이에는 '선방'이란 게 있다. 싸움에서 먼저 주먹을 날리는 것을 일컫는데, 아이들 싸움에서 '선방'은 승부를 거의 결정짓는다. 선방 맞은 아이는 싸울 의지를 잃거나, 몸의 균형을 잃은 상태에서 후속 공격을 받아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기 십상이다. 어른들 싸움(세상살이)이라고 해서 별로 다를 것도 없다. 사람이 싸움을 잘하면 얼마나 잘할 것이며, 체력이 강하면 또 얼마나 강할 것인가. 사람은 거기서 거기다. 그러니 '선방'이 인생에서 결정적인 한 방인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서울대를 비롯해 '일류 대학'은 이른바 '인생의 선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선방의 혜택은 일부에 한정된다. 정치 정당 입장에서는 소수가 혜택을 누리는 '선방 구조'를 해체해서, 다수의 표를 얻고 싶은 것은 자연스러운 욕심일 수 있다.
하지만 서울대를 없앤다고 입시 경쟁, 사교육비, 대학 차별, 취업 경쟁이 없어지나? 서울대를 없애면 일류를 지향하는 인간의 보편적인 '성정'이 사라지나? 나아가 그런 경쟁을 없애는 게 인류에게 도움이 되기는 할까? 서울대를 없앤 뒤에 떠오르는 '새로운 1등'은 또 어쩔 것인가?
태어날 때부터 못생긴 사람이 있다. 미모 지상주의 세상에 '선방' 맞고 태어난 사람이다. 그러나 미모 지상주의가 만연하다고 해서 세상의 모든 미인을 없애겠다면 말이 될까. 가난한 부모를 만나 공부할 기회를 얻지 못한 사람, 공부 머리가 안 돼 노력해도 안 되는 사람, 아무리 애를 써도 돈벌이를 못하는 사람도 피장파장이다.
없애야 할 것은 '미모 지상주의'이지, '미인'이 아니다. 해체해야 할 것은 '학벌주의'이지 '서울대'가 아니다. 우리 사회 일반의 인식과 구조가 오늘날의 서울대를 만든 것이지, 서울대가 오늘날의 구조를 만든 게 아니다.
정치 집단인 민주당이 할 일은 미인이 아닌 사람, 공부에 자질이 없는 사람, 돈벌이에 재주가 없는 사람들이 자신의 숨은 쓸모를 찾아 잘 쓰도록 돕는 일이다. 그래야 '미모 지상주의' '학벌 사회'라는 고질병이 아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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