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크 팡! 스트레스 펑!…교사 배구동아리 '공천지'

입력 2012-07-02 07:48:51

매주 월요일 오후 경운초교 실내체육관에서 배구를 하며 한 주의 시작을 상쾌하게 여는 공천지 회원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매주 월요일 오후 경운초교 실내체육관에서 배구를 하며 한 주의 시작을 상쾌하게 여는 공천지 회원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서브 연습을 하는 공천지 회원들.
서브 연습을 하는 공천지 회원들.
경기를 하는 공천지 회원들
경기를 하는 공천지 회원들

대구 서구 경운초교 실내체육관은 매주 월요일 해가 뉘엿뉘엿 질 즈음이면, 힘찬 기합소리와 함께 대구지역 교사들의 '백구의 대제전'이 열린다. 대구지역 교사 배구동아리 '공천지'는 2008년 9월, 공식적으로 모임을 시작해 이곳에서 매주 한 차례 훈련하며 실력을 키우고 있다. 이달 열린 대구생활체육 배구대회서 우승을 거머쥔 힘도 꾸준한 연습과 훈련에서 비롯됐다. 네트 너머로 힘찬 스파이크를 꽂아 넣을 때, 훌훌 털어버리게 되는 스트레스와 감칠맛 나는 손맛은 배구가 주는 진한 매력이라고 교사들은 입을 모았다.

◆실력 갖춘 교사들

공천지에는 선수 출신이 단 한 명도 없다. 60여 명 회원 모두가 교편을 잡고 있는 대구지역 교사들이다. 초등학교 교사를 중심으로 시작한 모임은 중'고교 교사들에게까지 문을 열어 배구를 통한 교사들의 체력 단련, 친목도모, 학생지도와 관련된 정보교류의 장으로 발전했다.

공천지를 이끌고 있는 경운초교 김영진 교사는 "교대 시절부터 배구 동아리 활동을 해온 교사들이 흩어져 활동하다 대구시 교원단체총연합회 신경식 회장(성동초교 교감)이 교사들의 건전한 동아리 활동을 장려하고자 이 모임을 창설했다"며 "여기에 경운초교 박영배 교장의 배려로 일주일에 하루 체육관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회원수도 늘고, 동아리의 내실도 다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물론 실력도 수준급이다. 대구시체육회 고민철 배구 감독의 지도와 회원들의 노력이 합쳐져 공천지는 이달 대구생활체육회장기 배구대회서 쟁쟁한 실력을 갖춘 동아리들을 꺾고 정상에 섰다. 대구에서는 이만한 규모의 배구 동아리가 없다 보니, 공천지는 스승의 날 대구지역 초등교사들을 상대로 한 교총회장배 배구대회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하나로 움직이는 팀원들

"'팡' 소리가 나도록 스파이크를 해 그 공이 상대 코트에 내려꽂힐 때 느끼는 쾌감은 한 주의 시작을 상쾌하게 열어주는 청량제와 같습니다."

화원초교 이응택 교사는 배구만큼 신나는 스포츠가 없다고 했다. 무엇보다 조직적인 팀플레이가 중요하다 보니, 팀원들 모두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고, 그 결과로 통쾌한 득점을 거둘 때면 함께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사는 "리시브-토스-스파이크로 이어지는 3단 연결 과정에서 주목받는 것은 강렬한 스파이크이지만 정확한 리시브와 이를 연결하는 토스가 없다면 스파이크는 절대 나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훈련 때 가장 많이 하는 것도 팀원들 간의 호흡 맞추기다. 고민철 감독은 "배구는 자신의 혼자 힘으로 득점을 낼 수 있는 경우는 블로킹 외에는 거의 없다. 대부분 다른 선수들의 도움을 받아 득점에 성공하게 되는데, 이것이 배구의 진정한 매력이다"고 했다. 그래서 "실력에 따라 단계별로 따로 훈련한 뒤 세터의 토스를 하나, 둘, 셋 리듬에 맞춰 점프, 스파이크를 하면서 실력을 키우고, 마지막으로 편을 갈라 직접 시합을 하면서 호흡을 맞춘다"고 했다.

◆체력'교수법'친목 등 일거양득

공천지 교사들은 배구가 주는 쾌감, 체력 단련 외에도 건전한 스포츠 활동을 통한 교수법에도 신경을 쓴다. 화남초교 방현철 교사는 "학생들을 잘 가르치려면 체력부터 뒷받침 돼야 한다"며 "배구 모임이 시작된 후 교사들 간 끈끈한 정과 우의를 느낄 수 있고 아이들 지도에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교무실 밖에서 이 만큼 많은 교사를 한꺼번에 만날 기회도 드물다. 대성초교 김주석 교사는 "키(188cm)가 커 공천지 가입을 권유받았는데, 현직에 있는 많은 교사를 한 번에 만날 수 있고 또 친분을 쌓을 수 있어 더욱 열심히 모임에 참가하고 있다"고 했다.

몸싸움이 없고 개인기보다는 3박자로 이뤄진 팀워크가 더 중요한 운동이기 때문에 구기(球技)를 좋아하는 여자 교사들에게도 인기다.

달산초교 남선영(여) 교사는 "지난 4월 경북에서 대구로 부임지를 이전했는데, 공천지의 명성은 경북에 널리 알려져 있어 대구로 오자마자 가입하게 됐다"며 "배구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어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공천지 소속 교사 중에는 배구지도자 자격증을 획득해 클럽지도자로 나선 이도 있고, 심판자격까지 획득한 이도 있다. 여기에다 자연스런 교류의 장이 되다 보니 커플 탄생도 이뤄지고 있다. 벌써 세 커플이 결혼에 골인했는데, 조만간 더 많은 커플 탄생이 기대된다고 회원들은 강조했다.

◆장소확보 최대 관건

배구는 이처럼 좋은 운동이지만 그다지 동아리가 활성화된 편은 아니다. 기본동작을 익히면 누구나 할 수 있고 장비도 공 하나만 있으면 되지만, 뛸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고 쉽게 활용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실내코트가 있어야 하지만 그 수가 적고, 있다고 해도 생활체육 클럽에 임대를 하는 곳이 많아 장소 확보가 큰 관건이다.

최근 여성 교사들의 참가가 늘면서 덩달아 남성 교사들의 가입도 많아져 회원수가 60여 명에 이를 정도로 교사들의 배구 열기가 높지만 활용할 수 있는 코트가 한 개뿐인 것은 아쉬운 부분.

울산과 경남지역에선 교사의 배구 동아리 모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반해 대구는 동아리가 사실상 한 개뿐인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에 공천지는 앞으로 대구지역 4개 교육청마다 한 개씩의 배구동아리 모임이 만들어져 교류가 이뤄진다면 교사들의 건전한 스포츠 활동 기회와 자연스런 교류를 통한 대구 교육의 질 또한 높아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3시간가량의 훈련 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으며 공천지 회원들은 가을에 열리는 전국교총배 배구대회서 정상에 올라 대구교사들의 화합과 실력을 뽐내겠다고 다짐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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