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따면 집 한 채" 희망을 쏜다…印尼 양궁선수 줄꼬뜨리 씨

입력 2012-06-30 07:12:43

인도네시아 서부 자바주 양궁 대표선수인 줄꼬뜨리 씨가 이달 22일 대구 율하체육공원 양궁장에서 과녁을 향해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인도네시아 서부 자바주 양궁 대표선수인 줄꼬뜨리 씨가 이달 22일 대구 율하체육공원 양궁장에서 과녁을 향해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줄꼬뜨리 씨가 인도네시아 서부 자바주체육회 운동장에서 훈련 후 아내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그의 아내가 아기를 포대에 안고 있다.
줄꼬뜨리 씨가 인도네시아 서부 자바주체육회 운동장에서 훈련 후 아내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그의 아내가 아기를 포대에 안고 있다.

#1=지난 4월 20일 인도네시아 서부 자바 주 반둥시의 서부 자바주체육회 운동장. 넒은 잔디 운동장에 마련된 양궁장에서 서부 자바주 대표 양궁 선수 10여 명이 땡볕 속에 경상북도에서 파견한 이항준 코치의 지도로 훈련하고 있었다. 이때 운동장 구석의 나무 밑 그늘에서는 앳돼 보이는 여성이 포대에 담은 갓난아기를 달래며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주 대표 양궁선수인 남편 줄꼬뜨리(25) 씨를 보기 위해 아기와 함께 매일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훈련에 지장을 주지 않으려는 듯 줄곧 먼발치에 서 있었다.

#2=이달 22일 대구 율하체육공원 양궁장. 한국으로 전지훈련 온 서부 자바 주의 양궁 대표선수 줄꼬뜨리 씨가 인도네시아 못지않은 대구의 무더위 속에 양궁 과녁을 응시했다. 이곳에서 열린 제29회 회장기 전국남녀대학'실업양궁대회를 견학 온 그가 올 9월 예정된 인도네시아 전국체전의 경기장을 떠올리며 훈련 삼아 활시위를 당겨본 것이다. 그는 동갑내기 아내와 태어난 지 8개월 된 딸을 위해 꼭 금메달을 따겠다고 약속해 잠시도 활을 손에서 놓을 수 없다고 했다.

줄꼬뜨리 씨의 인도네시아 전국체전 금메달을 향한 열정이 무더위를 녹이고 있다.

이달 1일 입국한 그는 예천국제양궁장에서 동료 양궁 선수들과 함께 맹훈련 중이다. 파트너가 전국 최상위권의 실력을 자랑하는 예천군청 양궁 선수들이라 그들에겐 보고 배울 것이 너무나 많다. 가장 힘든 것은 세계 최강 한국 양궁 팀의 훈련량이다. 새벽, 오전, 오후, 야간으로 이어지는 주 6일의 규칙적인 훈련은 인도네시아에서 경험하지 못한 일이다. 모든 선수들의 손에는 물집이 잡혔고, 상당수는 근육통에 시달린다.

빡빡한 일정이지만 줄꼬뜨리 씨는 누구보다 열심히 이항준 코치의 주문에 따라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그는 인도네시아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양궁의 기초종목인 스탠더드 부문 대표인 그는 동료 3명과 함께 이 부문 단체전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개인전에서도 그는 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코치는"선수 3명의 기량이 비슷해 단체전 금메달은 확실시된다. 줄꼬뜨리 씨의 기량 향상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현역 군인으로 양궁 선수로는 경력이 일천한 초보다. 하사관인 그는 축구와 배구선수를 거쳐 3년 전부터 양궁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축구는 발목을 다쳐 그만뒀고, 배구는 무릎 부상으로 포기했다.

초기에는 여러 선수 중 실력이 가장 좋지 못했지만 주 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해 이번에 한국으로 전지훈련을 오게 됐다.

줄꼬뜨리 씨는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따 신혼집을 장만하는 꿈에 부풀어 있다. 서부 자바주가 전국체전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금메달리스트에게 주택 한 채씩을 주기로 인센티브를 내걸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군인 신분으로 금메달을 획득하면 1계급 특진의 영예를 안게 된다.

그는 "한국에 전지훈련을 가기 위해 인도네시아에서 최선을 다했고, 지금은 목표 달성을 위해 실력을 쌓고 있다"며 "아내와 딸이 보고 싶지만, 서부 자바주와 가족을 위해 참고 훈련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얼마 전 이 코치에게 부탁해 인도네시아로 급하게 전화를 했다. 꿈에 딸이 나와 걱정이 돼 전화한 것이다. 그는 통화 후 "아내에게서 딸이 아파서 병원에 갔다는 말을 들었다"며 "이제 괜찮다"고 이 코치에게 전했다.

그는 또 최근 하루 금식을 했다. 그날이 아내의 생일인데 함께하지 못하고 아기가 아픈데도 지켜주지 못하는 미안함을 금식하는 것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는 그러나 금식 중에도 훈련을 빼먹지는 않았다.

이항준 코치는 "주어진 훈련 스케줄도 힘든데 추가 훈련을 자청할 정도로 줄꼬뜨리 씨는 성실한 선수"라며 "대회 출전 경험이 부족하지만 그가 전국체전에서 꼭 금메달을 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코치는 "항상 남을 배려하며 가족을 생각하는 줄꼬뜨리 씨를 통해 거꾸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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