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무적함대

입력 2012-06-29 10:47:41

스페인 축구 대표팀은 '무적함대'라는 멋진 별칭을 갖고 있지만, 이 별칭은 한때 비아냥의 대상이기도 했다. 스페인은 월드컵대회나 유럽축구선수권대회 등 큰 대회 때마다 강호로 분류되면서도 2008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8) 우승 전까지는 성적이 대부분 신통찮았기 때문이다. 특히 자국에서 개최한 1982년 월드컵에서 당시 대회 규정에 따라 2차 리그까지 진출하긴 했으나 변변찮은 경기력으로 4강에조차 오르지 못한 과거는 뼈아프게 남아 있다.

'무적함대'라는 별칭은 16세기에 전성기를 구가했던 스페인 해군에서 비롯됐으나 당시의 무적함대 역시 이름에 걸맞지 않게 처절한 패배를 당했다. 그 무렵 스페인은 아메리카 대륙 곳곳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1571년에는 교황청, 베네치아와 신성동맹 연합함대를 결성, 레판토 해전에서 오스만튀르크를 격파함으로써 지중해의 패권을 장악했다. 그러나 17년 뒤 압도적인 전력으로 영국 침공에 나섰으나 수는 적지만 훈련이 잘된 영국 해군에 져 내리막길을 걸었다.

좌절의 역사를 뒤로한 스페인 축구는 유로 2008과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연이어 우승함으로써 '무적함대'라는 별칭이 더없이 잘 어울리게 됐다. 지금 열리고 있는 유로 2012 대회에서도 결승에 진출, 최초로 메이저 대회 3연속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빠르고 잦은 패스를 통해 점유율을 높이며 빈 공간을 찾아 날카롭게 공격하는 것이 스페인 축구의 특징이다. 얼핏 보면 쉬워 보이지만 공을 부드럽게 다룰 줄 아는 재간과 공을 지키는 개인기, 넓은 시야에 바탕을 둔 경기 감각과 조직력이 어우러져야 통하는 경기 방식이다. 수비에서도 빠르고 강한 압박으로 실점을 좀처럼 허용하지 않는 등 공'수에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다.

유로 2012 대회에서 스페인의 결승 상대로 나서는 이탈리아는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 우승컵을 차지했던 팀이다. 조별 예선에서 스페인과 1대 1 무승부를 이뤘던 이탈리아는 이번 대회에서 스페인을 상대로 좋은 승부를 펼쳤던 크로아티아, 포르투갈과 함께 스페인 축구를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결승전 결과를 점치기는 어렵지만, 초절정 고수들의 승부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스페인을 꺾고 4강에 올랐던 한국 축구가 일류가 되려면 참고해야 할 경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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