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 이야기] 우리 집 셋째자식

입력 2012-06-29 07:53:04

작년 이맘때 노총각이었던 아들이 결혼했고 이제 1년이 되었다. 아들은 결혼식 두 주일을 앞두고 한쪽 다리의 아킬레스건이 끊어져 세 시간여 수술을 받고 훨체어를 타야한다는 의사의 권유에도 기어이 양쪽 목발을 짚고 혼인서약을 했다. 후유증이 더 할까봐 애타는 마음에 어미는 입안이 바짝바짝 타는데 힘겹게 목발을 짚고 꽃처럼 어여쁜 새 신부에 의지하여 나란히 입장을 하면서도 계면쩍은지 좋은지 연신 웃으니까 하객들도 덩달아 소리 내어 웃으며 잔치 분위기를 돋우었다. 긴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 행복을 꿈꾸었을 우리 며느리가 뜻하지 않은 사고 소식에 많이 놀라고 신혼여행도 못가고 환자가 된 새 신랑을 간병하는 것으로 신혼살림을 시작하게 되었으니 안타깝고 미안하기만 했다.

별 말이 없는 세 남자가 사는 한적한(?) 우리 집안에 어느 날 나비같이 사뿐히 날아와 다소곳이 앉은 것 같던 우리 며느리. 남들은 며느리를 딸 같이 생각하라지만 나는 그저 우리 두 아들보다 조금 더 싹싹한 셋째아들로 부르고 싶다. 수 십 년 공들여 키운 남의 자식이 '어머니'라 스스럼없이 불러 주는 것이 참 좋았고 내 아들을 대신해 효도하려 애쓰는 그 마음이 너무 고맙다. 아가! 고생이 많았다. 많이 힘들었제?

삶의 긴 여정에서 겪게 되는 기쁨도 슬픔도 생명있음으로 인함을 잊지 말고, 세상 끝나는 날까지 혼자가 아님을 감사하고, 인내함으로 보이지 않는 소망을 향해 넉넉히 이겨나가자. 내 셋째자식 우리 며느리 고맙다. 사랑한다.

이옥란(대구 북구 칠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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