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의 당쟁은 선조 때 이조전랑 자리를 두고 다투면서 동인과 서인으로 분리된 것이 그 시작이다. 그 후 동인은 다시 남인과 북인으로 갈라지고, 서인은 노론과 소론으로 나누어졌다. 사림(士林) 정치의 부산물인 당쟁은 혈연, 지연, 학연을 바탕으로 했다.
가족주의 전통이 강했던 조선 사회의 특성상 혈연에 따른 분파는 불가피했을 것이다. 그리고 동인은 영남 세력, 서인은 기호 세력이었다. 남인은 경상좌도, 북인은 경상우도가 중심이었다. 또한 노론은 율곡 이이, 소론은 우계 성혼, 남인은 퇴계 이황, 북인은 남명 조식의 학통을 이은 세력이었다. 북인은 다시 대북과 소북으로, 남인은 청남과 탁남 등으로 갈라졌다. 노론은 벽파와 시파로 분열된다.
초기의 당파는 그래도 정책과 이념을 중심으로 시비를 가리는 긍정적 역할을 했다. 동서분당 또한 과거 청산을 둘러싼 필연적인 갈등과 대립이었다. 그러나 중기 이후 노론이 집권하면서 이기적인 패거리 정치로 전락하고 말았다.
상대 세력은 무조건 척결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면서 조선의 당쟁과 정치는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선조나 인조 등 자신의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해 정파를 이용한 임금 탓도 없지는 않다.
근래에 와서는 한국민의 분열적인 민족성 때문이라는 일제 식민사관에 대한 비판론과 함께, 당쟁을 현대 정당정치의 원조라 하여 긍정적인 정치 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투쟁이 없었던 나라가 없었고, 총칼을 앞세운 살육전보다는 그나마 이론을 내세운 설전이었다는 문치주의적 자긍심을 위안으로 삼는 부류도 없지 않다. 그러나 추잡한 권력투쟁을 미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오늘의 정치 현실이다. 조상들의 망국적인 당쟁을 그토록 매도하면서 정작 우리는 어떤 정치 문화를 가졌는가. 영호남의 당파가 다르고, YS'DJ'JP계가 난무했고, 영남은 TK와 PK로 분열되었다. 친박과 비박 그리고 친노와 비노, PD와 NL로 갈라진 오늘 정치판이 당쟁보다 나은 게 무엇인가.
조선시대의 당쟁에서는 의리와 명분이라도 있었다. 그러나 옳고 그른 것도 없고 주의주장도 궁색한데다 오로지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하고 당리당략에만 매몰된 오늘의 정치 행태는 조선의 당쟁이 차라리 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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