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가 판치는 '아파트 분양' 불법 현수막

입력 2012-06-26 11:16:34

대구 달서구 월성동 월성네거리에 가로수에 걸린 아파트 분양 광고 불법 플래카드가 미관을 해치고 있다. 김항섭기자
대구 달서구 월성동 월성네거리에 가로수에 걸린 아파트 분양 광고 불법 플래카드가 미관을 해치고 있다. 김항섭기자

# 이달 11일 대구 달서구 월성네거리. '특별 할인 분양'이라고 적힌 아파트 분양 광고 플래카드가 경쟁이나 하듯 볼썽사납게 가로수 사이에 걸려 있었다. 네거리에 걸린 20여 개의 플래카드는 모두 아파트 분양 관련 광고였고, 달서구 본리네거리 주변 가로수에도 10여 개의 아파트 분양 광고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달서구에서 수거하는 하루 200여 개의 불법 플래카드 중 90% 이상이 아파트 분양 광고"라고 했다.

# 수성구 수성교 부근 인도. 두 사람이 '아파트 할인'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직접 펼치고 서 있었다. 가로수나 난간에 플래카드를 줄로 묶어 고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람이 직접 들고 홍보하는 '인간 게릴라 플래카드'인 셈. 대구 한 광고대행사 관계자는 "인간 게릴라 플래카드는 과태료 부담이 없기 때문에 요즘 많이 활용하는 홍보 방법"이라고 말했다.

신규 아파트 공급 과잉으로 물량이 넘쳐나면서 건설사들의 아파트 분양 관련 불법 플래카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게릴라 플래카드'와 '인간 게릴라 플래카드' 등 신종 수법까지 등장해 대구시내 구'군청과 '단속 숨바꼭질'을 벌이고 있다.

게릴라 플래카드는 관공서의 단속이 뜸한 토요일 오전부터 일요일 밤까지 유동인구가 많은 도시철도역, 버스정류장, 가로수에 플래카드를 설치했다가 다시 거둬가는 광고물.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12만9천500개의 불법 플래카드를 수거했고, 올 들어 3월 현재 수거한 플래카드는 3만1천5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0건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시 미관, 시야 확보 등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이현숙(53'여'대구 달서구 월성동) 씨는 "아파트 광고 플래카드가 한두 개도 아니고 수십 개가 걸려 있어 도시 미관도 해치지만 짜증도 난다"고 했고, 김경태(47'달서구 상인동) 씨는 "보행, 차량 등 시야가 가려 위험에 노출되는 만큼 과태료 등 처벌 기준을 강화해 불법 플래카드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시 구'군청은 불법 플래카드를 설치한 건설업체에 과태료를 물리고 있지만 효과가 전혀 없는 실정이다. 대구지역 한 아파트 업체 관계자는 "올해 과태료를 4번이나 냈지만 아직 불법 플래카드를 설치하고 있다"면서 "플래카드의 광고 효과가 좋기 때문에 과태료를 내도 상관없다"고 털어놨다.

대구시와 구'군청 관계자들은 "주택 경기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아 신종 불법 홍보물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면서 "단속 인력이 부족해 불법 플래카드를 일일이 단속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항섭기자 suprem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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