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전국민 정신질환 검진…정부 '정신건강증진 종합대책'

입력 2012-06-25 10:45:23

평균 3∼5년마다 한 차례씩…입원 않으면 정신질환 제외

정신과 진료만 받아도 '정신질환자'로 분류되는 현 정신보건법이 바뀌고, 전 국민이 평균 3~5년마다 한 차례씩 정신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2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신건강증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생애주기별 정신건강검진=내년부터 전 국민 대상 '생애주기별 정신건강검진'이 실시된다. 취학 전 2회, 초등학생 2회, 중'고등학생 각 1회, 20대 3회, 30대 이후 연령대별 각 2회 정신건강검진이 이뤄진다. 20대는 진학'취업'입대 등 새로운 상황을 경험하는 정신질환의 주 발병 연령대인 만큼 검진 횟수가 3회로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국민이 생애 주기별로 최소한 19회 이상 정신건강 상태를 알아보는 검진을 받게 된다.

영'유아와 청소년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우울증, 인터넷 중독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하고, 청'장년은 스트레스와 우울증, 불안장애, 자살, 알코올 사용장애(알코올 의존 및 중독 증상 포함) 등을 중점적으로 검진한다. 60대 이후 노년층에 대해선 스트레스와 우울증, 자살 징후 등을 주로 확인한다.

정신건강검진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대상자 나이에 맞는 문진표를 우편으로 보내면 검진자가 스스로 작성해 회신하는 방식이다. 검진자는 안내받은 기관을 찾아 자신의 정신건강 상태에 대한 심층평가나 전문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추가 상담이 필요하다는 안내가 와도 강제로 정신보건센터에 가야 하는 것은 아니며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전문가를 찾으라'고 권고만 한다.

◆자살 시도자 집중 관리=응급실로 온 자살 시도자'유가족'주변인에 대한 심리 지원이 이뤄진다. 자살 시도자는 언제든 다시 시도할 수 있기 때문. 이들은 1차적으로 병원 내 정신과 치료를, 퇴원 후에는 지역 내 정신보건센터를 통해 사후 심리 지원을 받게 된다.

자살사고 유가족, 취약계층 홀몸노인 등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예방 대책도 마련된다. 자살사고 발생 이후 유가족'주변인의 심리적 충격, 우울증 등으로 인한 추가 자살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 미리 관련 기관이 나서서 자살 시도를 막겠다는 취지다.

최근 늘고 있는 노인 자살 방지를 위해 취약계층 홀몸노인에 대해서는 홀몸노인 돌보미, 방문간호사를 통한 자살 위험 조기 발견 등이 이뤄진다. 이상 징후가 발견될 경우 정신보건센터를 통한 우울증 심리지원 서비스가 제공된다.

현행 정신보건법은 환자 상태의 경중도를 고려하지 않고 정신과 의사와 상담만 해도 정신질환자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정신질환자는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 중 정신보건 전문가가 일상적인 사회활동이 어렵다고 인정하는 사람'으로 한정된다.

지금까지는 정신과 환자 기록은 경중도와 관계없이 모두 '정신질환'(F코드)으로 표시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약을 처방받거나 입원하지 않은 환자들은 '일반상담'(Z코드)으로 표시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가 전국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1년 정신질환 실태조사 결과 18세 이상 성인의 14.4%인 519만 명(2011년)은 평생 한 차례 이상 정신질환을 앓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분류가 바뀌면 법적 정신질환자는 약 3분의 1 수준인 170만 명 안팎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실효성 의문=정신과를 찾은 환자들 중에서 약을 처방받거나 입원하지 않은 환자들의 경우, 기록상 '정신질환'이 아닌 '일반상담'으로 표시하는 데 대해 의사들은 실효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분류상 정신질환(F코드)에 해당하는 질환이 200여 가지인데, 현재 보험급여 체계상 약물 처방이나 입원이 없는 경우는 1%도 채 안 된다"고 말했다.

정신과를 찾는 환자들의 증상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 아니다. 정신과 치료를 위해 기본 1시간 이상 상담이 필요한데 현재 상담전문 정신과 의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1시간 상담을 기준으로 볼 때 하루 평균 8명의 환자를 볼 수 있는데, 그런 경우 아예 병원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

문진표를 통한 '생애주기별 정신건강검진'에 대해서도 의료계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정신과 의사 A씨는 "우울증, 불안증세 등에 대한 자가검진표는 이미 인터넷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며 "자살 시도자가 정신과 상담을 받는다고 해서 모두 자살을 그만두는 것은 아니며, 당사자를 둘러싼 극심한 스트레스 등 주위 환경이 바뀌는 것이 궁극의 해결책"이라고 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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