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들으면 머리에 '쏙'…이름 튀니, 운빨이 팍팍

입력 2012-06-23 16:45:15

이색 이름 짓기 새 트랜드…개명·예명 전성시대

성명 석자가 모두 똑같은 ㈜디에스팩 문문문 대표가 명함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성명 석자가 모두 똑같은 ㈜디에스팩 문문문 대표가 명함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우호성 명리학 연구가가 음양오행과 획수 등에 맞는 이름을 짓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우호성 명리학 연구가가 음양오행과 획수 등에 맞는 이름을 짓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튀어야 산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튀는 것은 살기 위한 첩경이다. 뭔가 히트를 치거나 대박을 터뜨리는 데 이색적이거나 좋은 이름은 남들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남길 수 있는 수단이다. 한 번 들었을 때 머리에 쏙 들어오는 이름은 홍보 효과 면에서 100점이다.

원래 본명부터 이색적인 이름도 많지만 최근 들어 개명을 하거나 예명을 써서 어딜가 나 이름 때문에 주목을 받는 이들도 적잖다. 이색 이름도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우호성 명리학 연구가는 "최근 이름 짓는 추세는 톡톡 튀면서 세련미와 개성을 동시에 갖추고자 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작명은 타고난 선천운을 보완하면서 트렌드에 따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정안 명리학 연구가도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최근 들어 이름부터 좋은 기운을 풍길 수 있도록 개명 신청을 하러 많이 오고 있다"며 "실제 이름을 바꾼 뒤, 사업이 잘 풀린 사례들도 많다"고 했다.

연예인이나 유명 작곡가의 개명 또는 예명 추세는 '일단 팍팍 튀자'이다. 한 번 들었을 때,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리게 할 정도. '이단 옆차기' '신사동 호랭이' '청담동 호루라기' '용감한 형제' 등. TV드라마 또는 영화 속 캐릭터의 이름도 최대한 튀면서 신선한 웃음을 선사할 수 있는 이름을 짓는 추세로 가고 있다.

◆'튀는 이름 좋아!' 문문문, 왕대박

대한민국 절대 다수의 사람은 성명이 세 글자이다. 그래서 '이름 석 자'라는 말을 흔히 쓴다. 지역에는 성명 세 글자가 모두 같은 사업가가 있다. 바로 밴드포장업체 ㈜디에스팩의 문문문(44) 대표. 대표의 성명 때문에 유명세를 얻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문 대표의 성명은 태어날 때부터 쓰던 본명이다. 부친이 성씨(文)에 물을 문(問), 들을 문(聞)을 붙여 이름을 지어줬다. 세상의 모든 일을 묻고 듣고 배우는 자세로 살라는 좋은 뜻이 담겨 있다. 이 때문에 문 대표는 실제 그런 자세로 세상살이에 임하려 노력하고 있다. 중학교 때는 축구선수를 했는데, 이름 석 자 때문에 전교에서 모르는 학생이 없을 정도였다.

'혹시 이름 때문에 겪는 어려움이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반대로 생각하면 된다"며 "잘못하거나, 나쁜 행동을 하게 됐을 때는 이름 석 자 때문에 더 오래 기억에 남기 때문에 더욱 조심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2년 전에는 캠퍼스 주식왕으로 많이 알려진 '왕대박'이라는 이름이 한창 유명세를 떨쳤다. 대학생인 이 이색 이름의 주인공은 '경제야 같이 놀자' '경제 단백질' 등의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연애보다 짜릿한 것이 주식투자"라고 말했다. 이 이름은 주식투자를 하는 모든 이들이 가장 좋아할 수밖에 없기에 더 많은 이들에게 회자됐다. 생활안전연합의 허억 사무처장은 TV에 잠시 코멘트를 하기 위해 출연했는데 화면 아래에 자막으로 이름이 공개돼 시청자들에게 '허걱! 허억'이라는 반응을 선사했다.

이 밖에도 튀긴 튀는데 약간 어색하거나 성과 이름이 야릇하게(?) 조합이 되면서 놀림을 받게 되는 이름도 적지 않다.

◆유명 작곡가들의 팍팍 튀는 예명

예명 자체가 어이없다. 하지만 기억에는 오래 남는다. 그리고 우스꽝스럽고 허접스러운(?) 이름이지만 실력 있는 작곡가라는 이미지가 더해져 신뢰감과 친근감을 더해주는 효과를 보고 있기도 하다. '캔'의 가수 겸 작사가 배기성은 '버려진 돼지'라는 예명을 쓰며, 작곡가로도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겁먹은 외아들'이라는 작사가와 함께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이 '버려진 돼지'는 배기성이 SBS FM '최화정의 파워타임'에 출연해 청취자들에게 직접 공모한 이름으로 '용감한 형제'나 '신사동 호랭이'만큼 획기적이고 대중적인 음악을 선보이고 싶은 마음으로 정한 예명이다.

'용감한 형제'(33'본명 강동철)와 '신사동 호랭이'(29'본명 이호양) 역시 요즘 튀는 예명과 함께 가장 뜨고 있는 작곡가란 공통점 이외에도 손담비, 티아라, 애프터스쿨, 포미닛, 씨스타 등 수많은 걸그룹들의 곡을 만든 주인공이라는 것도 똑같다.

작곡가 '이단옆차기'도 요즘 뜨고 있다. 이 작곡가는 MC몽의 무대에서 래퍼로 활약했던 박장근과 버클리 음대 출신이자 비운의 R&B그룹 원웨이 멤버 찬스가 결성한 작곡팀이다. 최근 음악 프로그램 순위 차트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작사'작곡가이기도 하다.

'이단옆차기'는 이중 예명을 갖고 있다. 강렬한 음악을 추구할 때는 '이단옆차기', 부드럽고 달콤한 분위기의 곡을 만들 때는 '우리형과 내동생'이란 예명을 쓴다.

'이단옆차기' '용감한형제' '신사동호랭이' 등은 톡톡 예명의 신세대 작곡가 3인방으로 작곡가 세계의 이색 예명 전성시대를 활짝 열었다.

◆드라마 주인공'영어 이름도 튀는 것이 유행

SBS 드라마 '시티홀' 주인공들의 이름은 전부 특이하다. 지방 소도시인 무진시에서 대통령을 꿈꾸는 천재 공무원 '조국'(차승원 분), 10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최연소 시장이 되는 '신미래'(김선아 분), 4급 서기관 '나정도'(이형철 분), 무진시의원 '민주화'(추상미 분), 조국의 약혼녀 '고고해'(윤세아 분), 신미래의 공무원 동기 '정부미'(정수영 분) 등. 이 밖에도 맹해라, 부정한, 알바, 지우개, 유감, 하니 등 톡톡 튀는 극 중 인물들이 등장해 이름만으로도 재미를 더해준다.

영어 이름도 대유행인데 추세가 흥미롭다. 교육 수준이 낮은 계급의 유행 이름은 조이(Joy), 지미(Jimmy), 토미(Tommy) 등이고, 교육 수준이 높은 계급의 유행 이름은 기욤(Guillaume), 아키바(Akiva) 등 불어'히브리어'라틴어 등에서 기원한 이름이라고 한다.

또 최근 가장 유행하는 영어 이름은 엘론(Elon), 토르(Tor), 피네간(Finnegan), 코트니(Courtney), 캐서린(Catherine), 브리트니(Brittany), 요나(Yonah ) 등이다. 영어 이름을 전문적으로 지어주는 작명가들은 "영어 이름도 음양오행과 수리오행 그리고 음운이 잘 맞아야 좋은 이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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