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코미디 영화 '아부의 왕' 보험사 직원 역 송새벽

입력 2012-06-21 14:11:08

저만 보면 웃기신다고요, 멜로 찍을 뻔도 했는데…

영화는 고지식하고 눈치 없는 평범한 직장인이 인생역전 마법이라고 할 수 있는 화술 '아부'를 무기로 진정한 '아부의 왕'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작품. 눈치 없는 직장인에서 아부계의 '새싹'이 된 송새벽은 아부계의 전설인 '혀고수' 성동일과 '큰일'을 도모한다.

"'이번에도 코믹한 영화를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참여한 건 아니에요. 부정적으로 생각되는 아부를 이렇게 푸는 영화가 신선했죠. 극 중에서 아부가 아니라 '감성 영업'이라고 하잖아요? 그 단어, 매력적이지 않나요? 특히 연기자에게 귀감이 되는 표현이 아닐까 합니다."(웃음)

촬영에 들어가기 전, 생각을 많이 했다. 보험회사 직원으로 나오는 터라 업계 관계자도 만났다. 보험 영업을 하는 고향 선배를 만나 보험의 중요성(?)에 대해 들었다. 보험이 1개도 없던 그는 그 선배의 '감성 영업'으로 종합보험 계약을 하기도 했다.

"영화 속 보험회사라는 설정과 잘 맞아떨어졌죠. 많은 이야기를 들었어요. 특히 전 직장 생활을 해보지 않았잖아요? '연봉 100만원을 받고 연극은 할 수 있겠는데, 직장 생활 이야기를 들으니 단 한 달이라도 내가 버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아부라는 말은 흔히 부정적으로 쓰인다. 송새벽은 "우리 영화가 생각의 전환이 되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그는 "남의 비위를 맞추면 어때서?"라며 "아부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자신을 낮추면서 상대를 높이는 거죠. 좋은 아부, 수위를 맞추는 아부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웃음)

그는 아부를 다른 말로 '애교'로도 생각했다. 술 마실 때 선배들에게 애교도 부리고, 적당히 취기가 오르면 깨물기도 한단다. 이번 촬영 현장에서도 적당한 애교는 필수였다.

보험직원 선배 찾아 '현장'공부

성동일 등 다른 출연진과 술잔을 기울이며 친분을 쌓았다. 현장에서 처음 만난 선배들과 이렇게 친해진 적이 없다. 그는 "당일 촬영이 끝나고 바로 집에 간 적이 없다"며 "성동일 선배가 인생 선배로서 솔직한 이야기도 해줬고,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고 회상했다.

특히 "성동일 선배가 너무 배고픈 어린 시절, 동생과 통닭을 뼈째 씹어 먹었다고 한 얘기가 기억이 난다"며 "예전에 닭 뼈를 냉장고에 넣고 라면 국물 우려낼 때 사용했던 적은 있는데 뼈째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깜짝 놀랐다"고 기억했다.

1998년 연극 '피고 지고 피고 지고'로 데뷔한 그는 고향인 군산에서 활동을 했다. 흔히 말하는 어려웠던 시기. 자연스럽게 배고픈 시절로 이야기가 흐르는가 싶더니 유쾌하게 넘어간다. "연극을 하며 저도 10년 정도 고생했죠. 그런데 전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영화를 하고, 또 쉬는 기간이 많지 않았어요. 계속 공연을 할 수 있었죠. 작년 말에는 연극 '해무'라는 공연도 했었고요."

긴호흡 필요한 드라마도 해야죠

팬이 엄청나게 늘었을 것 같다고 하니 팬들과의 일화를 꺼내놓는다. "연극을 할 때 친구가 팬카페를 만들어줬어요. 처음에는 50명이었는데 지금은 500명 정도 돼요. SNS는 거의 안 하는데 그 카페는 가끔씩 들어가서 봐요. 그분들 몇 명과 공연 끝나고 맥주를 마신 기억도 생생해요. 다들 학생이었는데 비싼 티켓 사서 공연을 봐줘서 맥주를 사드렸죠. 제가 영화를 하게 됐다고 했을 때도 무척 좋아하셨어요."(웃음)

그의 연기를 보고 박수치며 환호하는 이들에게 송새벽은 "내 역할을 재밌게 봐주는데 감사하다"며 "솔직히 이제까지 캐릭터들이 정말 좋았다. 내가 맡았던 캐릭터는 누가 해도 돋보이는 역할이었던 것 같다"고 겸손해했다.

물론 관심과 찬사만 쏟아지는 건 아니다. 비슷한 연기와 캐릭터를 짚기도 한다. "앞으로 해야 할 역할들에 대해 열려 있어 나쁘게 생각하지 않아요. 저도 '코미디만 해야지'라는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까요. 어떤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는지가 숙제인 건 맞지만, '여러 가지 작품들을 하다 보면 나중에 잘되겠지'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크게 걱정하지 않아요. 멜로영화 출연 요청도 들어왔는걸요? 여러 가지가 안 맞아서 못했지만…."(웃음)

송새벽은 "연기자로서 다른 역할들에 대한 갈망이 크다"고 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지만 긴 호흡이 필요한 드라마 출연에 대한 생각도 있다.

"드라마 출연 섭외도 있었는데 솔직히 아직은 무서워요. 전 연극 템포에 맞춰져 있거든요. 드라마는 하루 전에 대본 나오고 당일에도 나온다고 하잖아요. 언젠가 대사가 기억이 안 나는 꿈을 꾼 적이 있어요. 깼는데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죠. TV를 보며 꿈도 꾸고 커왔으니 안방극장의 소중함은 어렸을 때부터 느꼈죠. 아직 그 시도가 무서울 뿐이에요. 하지만 좋은 기회가 있겠죠."(웃음)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잠시 활동을 쉰 것에 대해서는 "조금 힘든 시기였다"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훌훌 털고 다시 한 번 활발한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7년 사귄 연극배우 하지혜와의 결혼은 '아직'이란다. "여자 친구가 자기 얘기 좀 그만 하래요. 때가 되면 결혼하겠죠."(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