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급 비상…"전기료 절약해 이웃돕기 어때요"

입력 2012-06-21 11:05:29

21일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21일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정전 대비 위기대응 훈련'을 앞두고 20일 경북대학교 글로벌프라자 내 에스컬레이터가 에너지 절약을 위해 운행을 중단한 채 서 있다. 학생들은 옆 계단을 이용해 오르내리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은행 지점이 시원하다고요? 요즘은 아닐걸요."

20일 낮 대구 중구 대구은행 계산동지점. 이곳 대형 에어컨의 온도는 26℃에 정확히 맞춰져 있었다. 이날 대구의 낮 최고기온은 28도. 사람들로 북적이는 창구에서는 연방 손부채를 흔드는 이들이 적잖았다.

곽정혜(47'여) 씨도 그중 한 명. 곽 씨는 "인근에 있는 다른 은행 지점에 들렀다 오는 길인데 에어컨을 튼 건지 안 튼 건지 모르겠다"며 "요즘은 어느 은행이든 똑같은 것 같다. 고객도 덥지만 은행 직원들은 오죽하겠느냐"고 했다.

은행 직원들은 "간혹 덥다며 에어컨 온도를 더 낮춰달라는 고객들이 있는데 온도를 더 낮출 수는 없다며 정중하게 협조를 구하고 있다"고 했다.

#같은 날 대구 서구 평리동 서부도서관. 면적 571㎡의 종합자료실에는 선풍기 8대만 돌고 있었다. 10명 남짓한 열람실 이용자들은 들고 있던 종이로 부채질을 하거나 종종 캔음료 자판기에서 차가운 음료를 뽑아들고 열기를 식히고 있었다.

도서관 측은 "강의실, 도서관 등 학습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은 냉방 온도 제한을 받지 않지만 에너지 절약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며 "외부 온도가 30도를 넘어서면 에어컨을 약간씩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때 이른 더위로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리면서 민간, 공공 영역 가릴 것 없이 에너지 절약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지식경제부가 예비 전력 확보를 위한 강도 높은 에너지 절약 정책을 추진하면서 관공서뿐 아니라 은행, 백화점, 대형마트 등 민간에서도 과도한 실내 냉방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다음 달 1일부터 9월 21일까지 전력 위기 극복을 위한 에너지 사용 제한 조치에 들어간다. 에너지 다소비 건물에 대해 냉방 온도를 26도(판매시설은 25도)로 제한하고 냉방기 가동 중에 문을 열고 영업하는 행위를 단속한다. 대구 시내 대형 건물 중에는 백화점, 마트, 호텔 등 23곳이 단속 대상이다.

이달에는 계도 차원으로 위반 업소에 경고장을 발부하는 데 그치고 있지만 이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대구은행 본점은 아예 에어컨을 꺼놓고 있다. 직원들이 일하는 사무실의 경우 창문과 출입문을 모두 열어둬 바람길을 만들었다. 대구은행 측은 "에어컨이 빵빵하게 돌아가던 은행을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직원들에게도 쿨비즈룩을 권장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은행은 지금처럼 에어컨 사용을 자제하고 온도를 26도로 유지할 경우 평년보다 전기료가 3분의 1 정도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구은행 총무부 관계자는 "지난해 하절기 전기 사용량인 331만㎾보다 21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구은행은 지금과 같은 전기 사용이라면 올해 2천500만원 정도의 전기료를 절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뜻밖의 여윳돈은 올해 출범한 DGB사회공헌재단에 기부, 사회공헌 활동에 쓴다는 계획이다.

대형마트와 백화점도 정부가 공고한 실내 냉방 수준(25도)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쇼핑객들이 몰리는 주말이나 한낮에는 내부 체감온도가 25도를 훌쩍 넘어선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설명이다.

백화점 의류 매장 피팅룸에서는 고객들의 짜증이 터져 나온다. 좁은 피팅룸에서 옷을 갈아 입다 보면 땀이 흐를 정도로 덥기 때문에 백화점들은 선풍기를 틀어놓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백화점 직원들은 "선풍기도 별 소용이 없어 피팅룸에 들어갔다 나오는 손님들의 얼굴에는 짜증이 가득하다"며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에너지 절약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달 18일에는 커피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점 등 냉방온도 제한을 받지 않는 서비스업계도 에너지 절약 운동에 동참한다고 발표했다. 공공 부문을 넘어 민간에서도 자발적인 참여가 이어지다 보니 에너지 다소비시설에 포함되지 않는 민간 영역에서도 냉방 온도를 더 낮출 수 없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한편 정부는 다음 달부터 문을 열어두고 에어컨을 켜는 행위에 대해 1회 적발 시 50만원, 2회 100만원, 3회 200만원, 4회 이상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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