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작년 학대 고통 158명" 2009년보다 10% 늘었다
노모(71'여'대구 동구 신천동) 씨가 하루에도 몇 번씩 목욕을 해야 하는 결벽증이 걸린 것은 남편 때문이다. 40년 전 슈퍼마켓에 갔다가 이웃 남자와 인사하는 것을 본 남편이 외도한 것으로 오해하고 매일 노 씨를 때리고 학대하기 시작했다.
노 씨는 '몸에서 다른 남자 냄새가 난다'고 의심하는 남편의 의처증 때문에 매일 수차례 몸을 씻어야만 했다. 노 씨는 최근 행인에게 도움을 요청해 겨우 집을 탈출했고 노인보호전문기관 쉼터에 들어갔다.
김모(73'여'대구 서구 비산동) 씨는 얼마 전까지 유기견과 들고양이 25마리가 있는 우리 옆에서 잠을 자고 밥을 먹었다. 김 씨의 아들(42)은 어머니를 수년 동안 돌보지 않고 불결한 환경에 방치했다. 김 씨는 주민의 신고로 동물 우리 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학대당하는 노인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15일 UN이 정한 '세계 노인 학대 인식의 날'을 맞아 대구 노인보호전문기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학대당한 노인은 158명으로, 2009년 144명에 비해 9.7% 증가했다.
학대를 하는 사람들은 아들(53.2%)이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딸(16.6%), 배우자(15.2%), 며느리(7%), 손자'손녀(2.1%) 순이었다.
유형별로 보면 모욕'비난 등 정서적 학대가 119건(40.9%)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체에 가하는 폭력 70건(24.1%), 방치'부양의무 불이행 53건(18.2%), 재산 착취 등 경제적 학대 38건(13.1%) 순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노인은 학대를 당하고 있지만 자식에게 피해가 될 것을 걱정해 신고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 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시민들은 대체로 사회적 약자인 아동에 대한 보호 의식은 강하지만 노인 인권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면서 "노인학대는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강력한 처벌과 함께 사회구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대구대 박태영 교수(사회복지학과)는 "노인들이 경제활동에서 배제되거나 소외되면서 노인은 '짐'이라는 인식이 있다"면서 "노인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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