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단지 인근 주민 중 첫 진폐증 환자 나왔다

입력 2012-06-15 09:51:34

서호동 25년 거주 70대 女, 공장 노동자 외 처음 확진…의사 "연탄

대구 동구 안심연료단지에서 7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25년 동안 살았던 박정호 씨는 최근 진폐증 진단을 받았다.
대구 동구 안심연료단지에서 7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25년 동안 살았던 박정호 씨는 최근 진폐증 진단을 받았다.

대구 동구 안심연료단지 인근에서 20년 이상 살았던 주민이 최근 대구시내 종합병원에서 진폐증 진단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연료단지 노동자들이 진폐증 진단을 받은 것은 유모(74) 씨 등 다수 있었지만 연료단지 인근 주민이 진폐증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연료단지 인근 주민들이 업주들을 대상으로 한 피해 보상 소송 및 단지이전 요구가 더 거세질 전망이다.

동구 서호동에서 25년 거주해 온 박정호(74'여) 씨는 이달 4일 대구파티마병원에서 탄분증 진단을 받았다. '흑폐'(黑肺) 또는 '흑폐병'으로 불리는 탄분증은 수년간 탄가루를 반복해서 들이마셔야 생기는 진폐증의 일종이다.

병원 진단서에 따르면 박 씨는 '상세불명의 폐렴' '상세불명의 만성 폐색성 폐질환' '상세불명의 천식' '탄분증' 진단을 받았다.

박 씨는 1970년대 초반부터 연료단지에서 남동쪽으로 700m가량 떨어진 서호동에서 1997년까지 살다가 경산 하양으로 이사를 했다. 박 씨는 "7, 8년 전부터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기침이 잦아 단순한 천식으로 알았다"며 "최근 두 달 동안 가슴이 너무 아파 식사도 못했으며 한기가 들고 두통이 매우 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5일쯤 숨쉬기가 힘들었고, 갑자기 정신을 잃어 급하게 병원을 찾은 결과 진폐증으로 진단받았다. 박 씨는 "의사가 연료단지의 연탄가루가 원인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씨는 지금까지 연료단지에서 일한 적이 없다. 연료단지에서 일했던 노동자 중 진폐증을 앓고 있거나 진폐증으로 사망한 사람은 많았지만 연료단지 인근에서 살았던 주민 가운데는 박 씨가 처음 진폐증 진단을 받은 것.

박 씨는 "연료단지에서 일한 적은 없지만 북서풍이 불면 집에 연탄가루가 날아와 빨래를 널 수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박 씨가 거주했던 주택은 연료단지에서 직선거리로 700m가량 떨어져 있고, 박 씨의 주택과 연료단지 사이에는 수백 가구가 있다. 이 때문에 박 씨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정밀조사를 하면 진폐증 환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 보건의료계의 분석이다.

은희진 안심2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연료단지와 상당히 떨어져 살았던 박 씨가 진폐증 진단을 받았다는 것은 다른 주민들도 진폐증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진폐증 의심 주민들을 모아 연료단지 업주를 상대로 소송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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